'기쁜날 이웃사랑'으로 모여든 정성은 '작은 기적'을 만들어 냈다.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가난을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했고, 꺼져가는 생명을 안타깝게 지켜만 봐야했던 절망을 새로운 희망으로 바꿔 놓았다. 모두가 'ARS 700-7979' 전화 한 통, 월급통장나누기 등으로 보내온 대구·경북 시도민의 사랑이 맺은 결실이다.
피아노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을 난소암 때문에 포기해야 할 뻔 했던 혜영이(13)〈98년 6월18일 보도〉는 요즘 다시 피아노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들러 약을 타오고, 약물치료 부작용으로 인한 설사로 고생하고 있지만 삶의 희망이 완연하다. 지난해말 난소암 제거수술과 항암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빠졌던 머리카락도 새순 돋듯이 자라고 있다.
익명의 독지가가 보내준 500만원의 성금과 대구시의사회와 북구의사회에서 도움을 준 덕택이다.
척추에 생긴 악성종양으로 생후 7개월째 하반신이 마비된 채 병실에 누워지낸 유정이(2)〈98년 9월3일 보도〉도 매일 조금씩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갓난아이라 위험이 높았지만 지난해 11월 이뤄진 수술이 성공적이어서 완치가능성은 60~70%로 풀쩍 뛰었다. 담당의사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어릴 수록 수술이 잘되면 완치 가능성은 그만큼 더 높아진다"며 조심스런 낙관론을 폈다.
또 유정이 앞으로 보내준 514장의 헌혈증서가 같은 병실에 있던 다른 암투병 어린이들과 함께 사용돼 '사랑이 사랑을 낳는' 훈훈한 미담이 됐다.
월세방조차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모자가구 한은미씨 3식구〈98년 8월13일 보도〉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독지가의 도움으로 12평짜리 주공아파트에 입주, 난생처음 내집을 갖게됐다. 게다가 보증금 100만원에 월 5만원을 주고 조그마한 전기부품 가게를 차려 자활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병든 시아버지를 모시고 하루하루 연명하기 조차 힘들었던 이성화씨〈98년 6월25일 보도〉는 지난해 가을 제대한 아들이 취직해 의젓한 직장인으로 생활하고 있는데다 전교 1, 2등을 다투던 딸은 대구교대에 특차로 입학해 새삼 '삶의 희망'을 느끼고 있다.
위암선고를 받은 어머니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학입학 포기각서를 쓰고 입학금을 돌려받았던 김승훈군〈99년 1월8일 보도〉은 방학을 맞아 서울서 내려왔다. 사연이 소개된 후 한 주부가 입학금을 대신 내줘 단국대 언론영상학부에 입학할수 있었던 것. 또 각계각층에서 1천여만원의 성금이 답지, 어머니의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소년가장 이규덕군〈98년 11월6일 보도〉은 동네주민들의 지속적인 도움과 동네목사님의 보살핌, 익명후원자의 지원으로 아무런 생계 걱정없이 럭비선수로 활기찬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윤주희(29·여) 가정복지회 기획과장은 "각각의 후원 대상자에게 주어진 도움의 크기는 각양각색이지만 어려운 이웃들이 사랑을 느끼고 삶의 새 희망을 얻은 것은 '기쁜날 이웃사랑'의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石珉기자〉
---숨은땀 흘린 자원봉사자
지난 한해동안 '기쁜날 이웃사랑'이 대구·경북 시·도민의 열띤 호응속에 실의와 좌절에 빠진 1천500여 가정(대구 220, 경북 549, 결식학생 735)을 도울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일해온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노력이 밑거름이 됐다.
자원봉사자들은 경상감영공원(16회)·지하철중앙로역(14회)·대구백화점광장(1회) 등에서 이뤄진 가두홍보와 옥스퍼드 공연(2회) 및 각종 관련행사의 뒷일을 아무런 대가없이 도맡아 처리해왔다. '기쁜날 이웃사랑'의 행정사무와 ARS 후원자 독려 등의 업무도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인건비 지출없이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다자원봉사 활동의 중심은 지역대학생들이었다. 안소현, 이지영, 윤정훈 등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학생 30여명은 지난해 6월부터 꾸준히 가두홍보를 비롯한 각종 행사에 참여해 왔고, 계명대 홍보동아리 '알림이' 10여명과 음악연합동아리 '옥스퍼드' 회원 10여명도 거리모금 활동에 나섰다.
가두홍보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노래공연은 어쿠스틱사운드 회원 6명과 민예총대구지부 음악분과 회원 3명이 전담하다시피 맡아 시민들의 정성과 박수를 이끌어 냈다.
대구보건대 사회복지학과 학생 6명과 영남이공대생 5명은 각각 가두캠페인과 ARS 후원자를 대상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는 역할에 참여했다.
이밖에 시민 11명과 가정복지회 직원 60여명 및 중·고생 자원봉사자 40여명 역시 땀으로 이웃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또 50여명의 시민들이 '기쁜날 이웃사랑' 홍보물을 이웃들에게 나눠주며 전시민적 참여를 이끌어 낸 홍보 도우미로 활약했다.〈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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