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 동쪽이고, 서쪽이고, 남쪽이고, 북쪽입니까? 분명히 '집합'하라는 소리는 들렸는데 어디로 모여야 합니까?
요즘 우리는 나침반의 침이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있는 듯한 시대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방향감각 사라진 시대
스물 세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경기도 화성 씨랜드 사고, 여당과 야당간의 지루한 '특검제' 샅바싸움, 냉혹한 IMF체제속에서도 일부 계층의 화려한 여름휴가, 생각의 깊이가 모자란 듯한 농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등....
종잡을 수 없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목탁귀가 밝아야 한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귀가 어두우면 먹을 밥도 얻어 먹지 못한다는 뜻이다.
현장 체험학습의 추억을 아로새기며 곤히 잠들었던 천사들. 갓 태어난 병아리처럼 보송보송했던 19명의 아이들이 과연 목탁귀가 어두워서 사나운 화마의 제물이 됐을까.
결코 아니다. 이번 화성 씨랜드의 참사는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빚은 구조적인 대형사고의 한 연장선상의 일이다.
여름캠프 참가자들 모집때는 '모여라'라고 외쳐대며 유인의 목탁귀는 크게 열게 했으나, 정작 위기에 봉착했을 때는 '피해라'라는 경고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목탁귀를 막아 버린 용서못할 '이중성'의 비극이다.
'이러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땐 '이렇게'하라는 안전교육 소홀과 재난을 제대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시설이 부른 참극이다.
비가(悲歌)를 부르게 한 것은 어른들.
공직자와 업자가 은근한 압력과 물리적인 회유와 협박으로 사고를 잉태한 불법시설을 만들어 운영했으니....
가슴이 저민다. 아직 비탄에서 헤어나지 못한 유족들에게 부끄럽다.
이런 와중에서도 지금 '국회의 목탁귀'는 어떤가. 완전히 닫아버려 민초들의 소리는 듣는 둥 마는 둥....
--민초의 소리 듣는 둥 마는 둥
'옷로비' '파업유도'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특검제'도입을 놓고 여.야간에 치고 빠지는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엊그제 한나라당과 여당과의 협상이 '서로 센게 좋다'는 식의 힘겨루기로 국회를 하루 '개점휴업'상태로 만들었다.
여권은 '파업유도'와 '옷 로비'의혹까지 특검제를 확대하되, 국정조사는 '파업유도'에 한정한다고 못을 박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3년 한시적 특검제 전면 도입과 '파업유도'및 '옷 로비'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하고 있다.
뭔가 접점을 찾는듯 하면서도 서로 자기 주장만 고집, 안개속의 소출없는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선거때면 국민의 '목탁귀'가 열려있길 바라고, 그밖엔 닫아 놓았으면 좋겠다는 눈치이다. 뭔가 잘못 짚고 있다. 국민들은 여.야 정치인들이 마치 연인처럼 속삭여도 서로 실리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믿음을 주지 못하는 정치에 실망, 다른 쪽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쌍방향의 귀'를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유도'든 '옷 로비'든 우선 한가지만이라도 속시원하게 규명하는게 순서가 아닐까.
--문이 열려야 들어가지
문이 열려야 들어갈 수 있다. 대문은 열지도 않은채 집속에 있는 이 곳간 저 곳간의 내용물부터 따지고 있으니 한심스러운 광경이다.
『소자, 소자, 내 소자야. 제자들을 다 구하고 너는 어디 갔느냐』비명횡사한 자식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는 칠순 노모(씨랜드 화재사고로 숨진 마도초등학교 고(故)김영재교사의 어머니)의 단장의 절규도, 특검제 도입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시민단체 등의 모습도 이제는 우리 곁에서 사라져야 한다.
열대야(熱帶夜)로 몸 뒤척거리는 여름밤이야 참을 수 있지만, 치솟아 오르는 분노로 맞는 '불면의 밤'은 어떻게 할꼬....
'목탁의 귀'를 확 틔어 줄 진정한 '목탁'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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