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학생.선생님 있기에...

입력 1999-07-05 14:32:00

따돌림, 체벌, 명예퇴직 등으로 학교가 온통 어수선해 보이지만 대다수의 학생과 교사들은 학교에서 여전히 많은 것을 주고 받는다. 교사가 학생에게, 때로는 학생이 교사에게 공부 이상의 것들을 보여주며 학교를 아름답게 지켜가고 있다. 학교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최근의 사연 두 가지.

--계성고 학생들 '헌혈증서 기증'

대구 계성고 학생들은 지난달 스스로도 놀랄 만한 일을 했다. 동산의료원에서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학교 선배 한모씨(62)가 수혈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은 지난달 20일.

학생회에서 자발적인 헌혈증서 기증운동을 결의했고 이틀만에 무려 1천243장의 증서가 모였다. 전교생 1천757명 가운데 70%가 넘는 학생이 참가한 것. 이 가운데 1차로 83장의 헌혈증서를 지난달 22일 선배에게 전했다.

학생회장 이진욱군은 "학생들 대부분이 40년 이상 차이가 나는 선배가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데 후배된 입장에서 가만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며 "남은 헌혈증서는 선배님 외에 혈액이 필요한 분들께 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성고 학생들에게 이처럼 헌혈증서가 많은 것은 매년말 헌혈을 하며 이웃사랑을 배우자는 학교 방침 덕분. 지난 5년간 적십자사가 시행한 헌혈 우수학교로 감사패를 받았을 정도다.

계성고 학생들은 특히 인근 동산의료원과 연계한 '응급헌혈'로도 많은 이들을 돕고 있다. 수술이나 치료 도중 갑자기 피가 모자라는 경우가 생기면 계성고로 연락이 가고 즉시 교내방송을 통해 헌혈 희망자를 모집한다. 항상 필요로 하는 혈액보다 많은 학생이 몰려 동산의료원으로 달려간다.

전병직교장은 "동산의료원 환자나 보호자가 사정이 급해 학생들에게 호소하는 경우가 해마다 여러 번"이라며 "환자를 돕는 것은 물론 학생들 스스로에게도 더없이 소중한 산 교육"이라고 말했다.

'손자 선생님 자랑' 할머니 편지

지난 1일 매일신문사에 72세의 할머니가 연필로 정성들여 쓴 편지 한 통을 직접 전해왔다. 손자의 담임교사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였다.

"아비 어미 없이 조부모와 함께 사는 초등학교 4학년짜리 손자가 운동하다 양팔이 부러져 입원해 있는 동안 선생님이 보여주신 제자 사랑은 너무나 고마웠습니다"손문자 할머니의 손자 이경민(대구 남산초교 4년)군이 입원한 것은 지난 4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2개월여. 담임인 강정숙(52.여)교사가 이군을 찾은 것은 때마침 식사시간이었고 강교사는 즉시 수저를 들고 이군에게 밥을 먹여주었다. 평소 학교를 찾아가보지 못해 몸둘바 몰라 하던 할머니는 "4학년4반 학생들 모두가 제 아들이고 딸인데 당연한 일이지요"라는 강교사의 말에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다.

이후로도 강교사는 사흘이 머다 하고 병원을 찾았고 이군의 급우 두세명을 꼭 함께 데려와 못한 공부며 이야기를 나누게 했다. 지난 어린이날에는 느닷없이 보이스카우트 제복을 사와 이군에게 건넸다.

"집안이 어려워 그렇게 하고 싶어하던 보이스카우트를 못 시켜줘 늘 마음이 아팠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선생님이 사오셨어요. 기뻐하는 손자를 보면서 죄송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변변한 선물이나 촌지를 드릴 형편이 못 돼 고심한 끝에 신문지면으로나마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는 손할머니. 학생과 교사 사이가 남남보다 못하다는 요즘 세태는 틀린 말이라며 "많이 배운 학부모님들, 사도의 길을 걷는 선생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합시다"는 말로 편지를 맺고 있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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