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침통 흔들기

입력 1999-07-05 00:00:00

일반인에게는 좀 생소한 이동에너지기술연구소란게 있다. 그 곳 소장 이종호박사가 최근 펴낸 소설 '피라미드'는 지구의 종말에 관한 역사적 예언가들의 예언으로 시작된다. 특히 중세시대 프랑스 사람인 노스트라다무스가 1999년 8월 태양과 지구를 포함한 열개의 별이 열십자(+) 모양으로 정렬하는 이른바 그랜드크로스를 공포의 대왕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순간으로 풀이했으나 소설에서 이박사는 아무런 일 없이 그 날이 지나갔다고 적고 있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믿는 반면 더 많은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쇠털처럼 많은 날 가운데 하필 자신이 살고 있는 이때 지구가 멸망한다는것은 있을 수 없다는게 그 이유다. 물론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도 실제로 지구가 멸망하기보다는 마구잡이로 자행되는 인간의 자연파괴 같은 행위를 경고하는 뜻으로 풀이하는게 요즘의 추세다. 그런 세기말적인 위기의식이 잠재한 탓일까. 국정원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우리사회의 위기수준이 최고의 위기를 100으로 봤을때 70.2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만한 수치는 그대로 방치할 경우 매우 위험한 상태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중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수있는 비교적 위기지수가 높은 세분야 가운데 가족불안정이나 장래불투명 등은 IMF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찍어버릴 수 있지만 나머지 하나 부패 및 정책불신은 어떻게 아무렇게나 찍지를 못할 일인것 같다. 공교롭게도 우리사회의 위기지수가 전해지던 시기에 김대중대통령은 미국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옥외광장에서 필라델피아협회가 수여하는 자유메달을 받았다. 여기서 김대통령은 정치.경제.사회적 자유의 확립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했다. 좋은 이야기다. 그렇게만 된다면 위기지수의 하강은 불보듯 해진다. 자유는 민주의 존재근거이며 민주는 자유의 인식근거이므로 민주없이 자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사회는 안정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우리사회는 왜 맥도 모르고 침통 흔드는 일만 여전히 비일비재 할까.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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