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역사 미스터리 도둑맞은 혀 출간

입력 1999-07-02 14:11:00

중세 성지 순례단이 순례 여행중에 겪는 의문의 사건들을 추적하는 중세 역사 미스터리 소설 '도둑 맞은 혀'(문학사상사)가 출간됐다.

저자 셰리 홀먼이 실존 인물인 펠릭스 파브리 수도사가 집필한 '펠릭스 파브리수도사의 여행기'를 토대로 쓴 작품. 저자는 이집트와 시나이 산, 성 카타리나의 유골이 있는 고대 수도원 등지를 직접 답사해 소설에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이 작품은 중세말의 정신적 갈등을 남매인 니콜로와 아르시노에, 펠릭스라는 세 인물을 통해 상징적으로 그려나간다.

신에 귀속되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인간의 시대'를 추구하는 니콜로와 인간세상으로부터 영원히 잊혀지고 싶어하는 성녀의 분신으로 나타나는 아르시노에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오빠인 니콜로는 근대성을 상징하지만, 자신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여동생을 살해하려하는 뒤틀린 근대인으로 묘사되고 고난받는 성녀의 이미지로 나오는 아르시노에는 중세성을 표상한다.

여기에 화자로 등장하는 펠릭스는 완고하고 의심할 줄 모르는 수도사이다.

그는 남매와 함께 생과 사를 오가는 모험을 겪으면서 순례의 최종 목적지인 시나이 산에 도착한다. 오만한 인간의 광기가 빚어낸 참극을 지켜본 펠릭스는 산 정상에서 넓은 세상을 내려다보고는 인간의 구원을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의 묘미는 15세기 문화, 즉 중세라는 거대한 대륙을 탐색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 책은 중세말의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보고서'라는 작가의 말처럼 라틴어의 중요성을 비유한 우스갯소리, 곳곳마다 나오는 성자의 전설, 순례자 규정과 옷차림, 기사작위 수여식 등 중세의 풍물을 알 수 있는 세밀한 묘사들이 작품 전반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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