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대다수 국어사전이 불교용어를 왜곡하고 있다며 불교계가 반발하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3월부터 동아·교학사·금성·민중 등 유명출판사에서 펴낸 6종의 국어사전과 2종의 불교사전을 조사한 결과 잘못 풀이했거나 풀이내용이 빈약한 불교용어가 257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사례는 '불기(佛紀)'. 불가(佛家)에서는 예수 탄생을 기원으로 삼은 서기(西紀)와 달리 석가모니가 입멸(入滅)한 해를 기준으로 하는데 상당수 사전에는 석가모니 탄생을 기원으로 잡고 있다.
더욱이 일부 사전은 불기를 '100년을 1기(紀)로 셈한 불타(佛陀)의 연기(年紀)'로 잘못 풀이해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교인 모두가 지켜야 할 행동규범인 '계(戒)'에 대해서도 '중이 지켜야 할 모든 행동규범'으로 축소해석하고 있는가 하면 절에서의 식사를 이르는 '공양(供養)'이나 중 또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 '대중(大衆)'도 대상을 중으로만 한정해 놓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안거(夏安居)나 동안거(冬安居)의 시작일도 음력 4월 15일(윤달이 있을 경우 5월 15일)과 10월 15일임에도 불구하고 16일로 틀리게 기술돼 있으며 강원(講院)·선원(禪院)·율원(律院)을 모두 갖춘 '총림(叢林)'과 중이 경문을 외며 집집마다 다니며 보시를 받는 '탁발(托鉢)'도 잘못 풀이된 사례로 꼽혔다.
조계종에서는 불교를 비하하는 투의 풀이에 대해서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 '호박'을 '땡추중들이 쓰는 은어로 쇠고기를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거나 불법을 공부하는 모임으로 쓰이는 '반야회(般若會)'를 '중들이 술을 마실 때 반야탕(般若湯·절에서 일컫는 술의 변말)을 마시는 모임이라는 뜻으로 쓰는 변말'이라고 기술한 것은 불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조계종은 대안 제시문 작성과 관계 권위자 감수를 거쳐 다음달 안으로 사전의 내용 수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각 출판사에 보내는 한편 내년 2월까지 표준 용례집을 만들 계획이다.
양산 조계종 문화부장은 "조사대상에서 교리 용어라든지 지명 등 고유명사를 제외했으므로 실제 오류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면서 "국어사전은 언어 및 문자생활의토대가 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반드시 오류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국어연구원과 동아출판사 등의 사전 편찬 관계자도 불교계의 지적을 수용해 "다음 개정판을 펴낼 때 불교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뜻을 조계종에 전한 것으로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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