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황룡사전시관 안된다

입력 1999-07-02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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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보문단지 조금 못미쳐 그 아래켠에 우람한 가람터가 하나 있다. 황룡사(皇龍寺) 터다. 자그마치 2만여평. 오랜 발굴끝에 정방형의 말끔한 가람터는 주위의 시멘트 뭉치인 아파트군에서 삭막한 바람이 불어대지만 그래도 엄청난 유적들이 발굴돼 항상 우리의 자긍심을 높게 심어 주는 곳이다. 신라때의 으뜸 국찰답게 황룡사는 신라삼보(新羅三寶)중 장륙존불(丈六尊佛)과 구층탑 등 두개나 있었던 자리다. 그뿐인가. 교과서에 나왔던 솔거의 금당벽화가 있었던 곳이 여기다. 장륙존불은 인도의 아쇼카왕이 보낸 황금과 동으로 주조 했다고 삼국유사는 전한다. 현재는 이를 받치던 대좌만 그 위용을 짐작케 한다. 황룡사 복원모형도를 보면 쉽게 알수있듯 아름답고 장엄한 구층탑은 높이가 자그마치 80여m. 여기다 머리만 발굴된 반가사유상의 미소. 어느 것 하나 황룡사는 진실로 보배 아닌 것이 없다. 문화재청이 황룡사터 바로 북쪽편 분황사곁에 황룡사전시관을 짓겠다며 정식 발굴에 앞서 지난 5월부터 시굴중이다. 여기서도 귀중한 유적이 출토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를 지켜본 학계와 경실련 등 경주의 시민단체들이 또 다른 유적파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선도산에 병원을 짓지 못하게 한 문화재청이 왕경의 중심지에는 자기들의 건물(전시관)을 짓겠다는 발상이 되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주는 지금 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지정 신청을 해 놓고 있다. 달걀통에 절구질도 유분수지 문화재청이 앞장서서 이런 일을 해서야 될성부른가. 국에서 청으로 승격돼 혹 그 흥분으로 앞이 잠시 가린 탓으로 이해하고 싶다. 경주는 그동안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곳곳에 훼손이 너무 심하다. 더 이상의 훼손은 어떠한 경우라도 이를 막아야 한다. 그 역할을 문화재청이 해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문화재청은 문화재파괴청이란 오명부터 씻어야 한다. 황룡사전시관은 한마디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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