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랜드' 화재 참사-가건물이 어떻게 일반건축물 됐나

입력 1999-07-01 00:00:00

불이 나 23명의 사망자를 낸 청소년 수련원 '씨랜드'의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가설 건축물이 어떻게 철골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일반 건축물로 버젓이 등록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92년 6월 개정된 건축법 23조에 있다.

이 조항에는 건축법에 의거해 짓고 있는 건축물에 대한 현장조사와 검사 및 확인 등 감리업무 일체를 건축사에게 대행시킬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여기에 더해 경기도 화성군은 모든 건축물의 감리를 건축사에게 대행하도록 조례로 정하고 있어 씨랜드의 감리를 맡은 D건축사사무소는 사용승인조서를 통해 일반건축물로 꾸며 준공을 받을 수 있었다.

공무원의 현장확인이 없기 때문에 건축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부실한 건물도 정상적인 건물로 둔갑시키는 일이 가능한 셈이다.

이 부분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사용승인조서를 허위로 꾸민 사실이 드러날경우 건축사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강력한 제재조치가 마련돼 있어 쉽사리 그런 일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씨랜드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일단 사용승인이 난 뒤에는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엉터리 감리가 자행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전에도 감리대행이 이뤄지긴 했지만 일정 규모 이하의 소형 건축물에 한정됐었다.

정부가 법을 개정해 가며 감리 대행 대상 건축물을 확대한 것은 현장검사 등을 빌미로 한 공무원들의 비위를 막기 위해서였다.

건축담당 공무원이 건축현장에 나가 건축주를 상대로 돈을 뜯어내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였던 것이다.

결국 건축공무원의 비리를 막기 위해 개정된 건축법과 이를 악용한 건축사의 비양심이 채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생명들을 앗아가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