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 명예교수 로버트 달(84)이 쓴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문학과 지성사)이 번역돼 나왔다.
이 책은 지난 89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됐던 것. 조기제 진주교육대 교수는 3년여의 작업 끝에 682쪽에 이르는 이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는 민주주의 연원, 대안적 주장, 민주적 결정과정의 정당화 근거, 현실민주주의의 한계와 가능성, 민주주의의 미래 등을 서술했다.
88년까지 예일대 교수로 재직한 달은 서구, 특히 미국의 민주주의를 다원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일관되게 옹호한다. 엘리트 이론가의 서구 민주주의 비판과 좌파이론가의 부르주아 민주주의 비판에 맞서고 있는 것.
그의 주장은 이 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무정부주의적 비판은 무정부주의가 추구하는 강압의 완전 폐지가 이뤄진 사회를 실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 거부하고, 수호자주의적 비판에 대해선 그것이 전제하는 수호자의 이타주의적 지식과 덕을 신뢰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는다.
반면 민주주의는 실행 가능한 자유를 최대한 실현할 뿐 아니라 개인적 이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인간발달의 도구가 된다고 달은 주장한다.
그러나 그도 민주주의를 최상의 제도로 보지는 않는다. 민주적 과정으로 결정을 내릴 때 결정방법의 문제, 과정과 실질의 문제, 민주적 과정에 앞서 지켜야 할 기본권의 문제, 공동선의 문제 등이 더욱 진전된 민주주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달은 이상적 형태의 민주주의와 구분해 미완성의 모습이나마 민주주의의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현실민주주의를 '폴리아키'(polyarchy)로 명명한다. 폴리아키는 다두정(多頭政) 정도로 번역되는 말로, 평등한 시민참여에 의한 민주주의의 이상에는 미치지 못하나 실재한 어떤 제도보다 인권과 자유를 더 많이 보장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