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만하임대 헤르만 베버교수 평전 '레닌'

입력 1999-06-29 14:11:00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1870~1924). 20세기 역사에서 그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레닌'이라는 이름으로 잘알려진 그는 20세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일대 사건 '볼셰비키 혁명'의 처음이자 끝이었다. 사적 유물론의 신봉자 지노비예프조차 "러시아혁명의 10분의 9가 레닌의 작품"이라고 인정했다.

마르크스에 필적하는 유일한 이론가 레닌이 죽고, 사회주의 실험도 70년만에 끝났지만 세계사에서 '레닌'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깊게 각인돼 있다. '새로운 사회'를 위해 혁명의 깃발을 높이쳐 든 위대한 혁명가 레닌. 하지만 그동안 서방세계에서는 애써 그를 평가절하 해왔다.

'레닌'(한길사 펴냄)은 러시아 혁명과 레닌의 개인사를 담은 평전. 독일 만하임대 교수인 저자 헤르만 베버는 사회주의권 몰락이후 새로운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한편 우리의 기억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레닌을 재조명했다.

지난 70년 독일에서 출판된 이 책은 레닌과 레닌주의에 대한 방대한 양의 문헌이나 포괄적인 전기와 달리 혁명의 그늘에 가려지기 쉬운 인간 레닌의 사적인 삶을 그려낸 것이 특징. 저자는 러시아 혁명의 성공, 낡은 사회질서의 해체와 새로운 건설의 제일보는 바로 레닌이라고 말한다. 그의 혁명가적 기질은 사후 스탈린체제에서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레닌 사후 레닌주의가 보여준 두가지 상반된 경향을 소개하고 있다. 하나는 평범한 인간의 권리및 사회적 평등과 민주적 공동 결정을 요구하는 혁명이론이다. 이 이론은 얼마간 유토피아적 특성을 지닌 세계개선의 이론이다. 다른 하나는 엄격한 당파성 및 엘리트의 힘에 대한 신봉을 특징으로하는 정치권력 유지에 관한 교의다. 특히 후자의 경향은 현재 레닌의 정당한 평가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게 저자의 시각이다.

토마스 만은 이렇게 말했다. "레닌은 의심할 여지 없이 하나의 현세적 현상이었다. 새롭고 민주적이고 강력한 유형의 인간 지도자였으며 권력 의지와 금욕의 힘찬 결합, 위대한 이념의 교황, 철저히 파괴적인 신의 열정이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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