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8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지역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 2천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30분 동안 대화시간을 가졌다.
▲김대통령 서두발언 실업자의 고통과 비극을 대할 때마다 밤잠을 설치며 괴로워 할 때가 많았다. 봉급삭감으로 생활이 어려워 심지어 새벽에 신문배달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4, 5, 8, 11월이 공무원의 보릿고개라는 말을 들었다.
그럼에도 극히 일부 공무원의 비리 때문에 전체 공무원이 똑같이 매도되고 있어 나도 억울하고 가슴 아픈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대통령이 여러분을 감싸지 못한 부덕의 소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여러분이 고통을 감내하고 헌신한 결과 외환위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등 참으로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공무원 여러분은 개혁에서 대통령의 파트너, 나와 동반자이다. 여러분 협력없이는 나 혼자 개혁할 수 없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으니 정부도 여러분의 처우를 생각해야 한다. 5년간 연차적으로 개선, 중견기업에 맞먹는 처우를 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조사를 금하는 공무원 10대 준수사항 때문에 동료간 정마저 메말라가고 있는데 대해
▲매우 딱한 얘기다. 마치 계가 깨진 것 같은 심정이라는 여러분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상부상조의 전통인 것은 사실이나 과거엔 민간끼리 일이지 관과 민 사이의 상부상조는 아니다. 미풍양속이 상당히 큰 폐단이 됐다. 한번 결심해 타파할 수 밖에 없다. (김기재 행자부장관은 직장 동료간에는 허용하는 방안, 상조회를 이용하는 방법, 금융기관에서 저금리 장기대출을 받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
-일부 공무원 잘못이 전체에 부정적인 인식을 주고 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여러분의 상심은 이해한다. 하지만 국민은 하늘이다. 우리 청렴도가 국민과 외국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 아니냐. 이렇게 겸허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김대통령은 호칭을 대통령님이 아니라 각하로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부르고 싶으면 집에서 혼자 조용히 부르라"며 폭소를 유도한 뒤 "각하라는 말을 쓰면 권위주의적이고 민주주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 대통령을 그만두고 난 뒤 각하라고 불러 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다"고 답했다.
김대통령은 맺는 말을 통해 "남들이 쇠고기국을 먹을 때 우거지국을 먹더라도 열심히 바르게 살았다면 성공한 사람이다"면서 "우리는 자식들에게 실패한 나라, 가난한 나라를 물려줘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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