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환 2돌 맞는 현지 표정

입력 1999-06-29 14:30:00

"홍콩이 공산주의화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이제 사라졌습니다"주권 반환 직후인 지난 97년 10월 3년간의 호주 이민생활끝에 홍콩으로 되돌아온 엘렌 코(高玉蘭.여.39)씨는 이같이 털어놓고 그러나 다시 호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경기 침체가 계속돼 이곳에서 의류점을 경영하기가 벅차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나 당시 500만 홍콩달러를 주고 구입한 아파트 가격이 300만 홍콩달러대로 떨어진데다 그나마 매기가 없어 아파트가 팔릴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그녀는 푸념했다.

주권 반환을 전후해 나왔던 "정치는 불안하고 경제는 장미빛일 것이다"는 전망은 꼭 반대로 되어버렸다.

지난 98년 불경기로 근무하던 한국식당이 문을 닫은 후 실업자가 된 테런스 추(周永燮.42)씨는 오는 7월1일 주권 반환 2주년을 맞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소감 같은 것이 있을 수가 없다. 당장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불신은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졸업을 해도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워 최근 한 한국계 소규모 무역회사에서 채용광고를 내자 1명 구하는데 이력서가 100장이나 몰렸다.

시민들의 이같은 불만은 홍콩대학 사회과학연구센터가 최근 실시한 한 여론조사결과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여론 조사 결과 홍콩특별행정구(SAR)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 97년 7~12월중 52.1%이던 것이 올해 상반기중 38.7%로 크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 중앙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32.4%에서 27.3%로 비교적 하락폭이 작았다.

지난 26일 발표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의 종심법원 판결 번복에 대해서도 민주계 인사와 재야 법조계의 비난과는 달리 일반 시민들은 내심으로는 환영하는 눈치이다.

본토 출생 어린이의 홍콩 거주권 제한 조치는 법치나 인권차원에서는 문제가 될지 모르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홍콩 경제에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홍콩 경제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자 홍콩 정부는 중국 중앙정부와의 협의아래 반환 2주년 기념식을 조촐하게 치르기로 했다.

기념식 주재자도 반환식과 1주년 기념식때와는 달리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 겸 당총서기가 참석하지 않고 국가 서열 5위인 후진타오(胡錦濤)국가부주석으로 격이 많이 떨어진 셈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화려한 기념식을 개최하는 것은 시민정서에 맞지 않고 중국입장에선 이미 2년이 지나 중국화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요란스럽게 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예년과 달리 신문과 방송들도 반환 2주년에 대한 특집기사들이 별로 눈에 띄지않고 전인대의 종심법원 판결 번복이 수일간 톱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홍콩에 거주한지 30년된 한 한국 교민은 "홍콩 사람들은 원래 정치엔 별로 관심이 없고 체제에 관계 없이 장사에만 유달리 신경을 쓰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하고"경기 침체기를 맞아 조국애, 주권 반환 2주년 등의 문제는 생각할 겨를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