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씨 주변 이모저모

입력 1999-06-28 15:25:00

금강산관광 도중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나 서울중앙병원에 입원중인 민영미(35.여)씨는 27일 저녁 입원 이틀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다.

○…"폭행 등 신체적 위해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금강산 관광도중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나 서울중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있는 민영미(35)씨는 26일 주치의 김성윤(40) 교수를 통해 억류 당시의 상황을 이같이 털어놨다.

김 교수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민씨는 다른 관광객과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내고 북한에 혼자 남은 상황에서 극도의 불안감과 초조에 시달렸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특히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민씨가 말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민씨는 처음 억류될 때부터 상당한 긴장감에 휩싸였지만 곧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는 의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민씨는 폭행이나 폭언 등 신체적 위해를 당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민씨는 이날 오후 6시30분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이동침대에 실려 9층병실을 빠져 나와 승강기를 이용, 2층 MRI실로 이동했다.

모포로 얼굴을 반쯤 가린 민씨는 약간 부은 얼굴이었지만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으며 '북한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나', '건강은 어떤가', '자술서를 썼나' 등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전날 밤 그토록 그리던 두 아들과 감격적인 재회의 기쁨을 나눈 민씨는 이날 오전 7시40분께 쌀밥과 죽, 삼치구이, 배추나물, 잡채 등으로 짜여진 밥상을 절반 정도 비울 정도로 심리적 안정과 함께 건강 상태가 상당히 호전되고 있다.

민씨는 점심 때도 빵, 수프, 야채샐러드, 오렌지, 수박 등으로 짜진 밥상을 남김 없이 비웠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는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병원을 찾아와 5분 가량 민씨를 면회했다.

흰색 모자에 체크무늬 점퍼와 하늘색 바지 차림의 정 명예회장은 수행원의 부축을 받아 벽 옆면에 설치된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병실로 향했다.

정 명예회장은 민씨의 손을 잡고 건강상태 등 간단한 안부인사를 나눴으며 억류생활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민씨가 입원중인 92병동 주변에는 관계당국의 철저한 통제가 계속됐다.

특히 경비를 맡은 경찰은 같은 병동에 입원한 환자와 보호자들의 명단을 따로 작성해놓고 신원을 확인했으며 전공의실과 간호사 탈의실에 출입하는 병원직원들의 출입도 일일이 점검했다.

관계기관에서 파견된 요원들도 민씨의 바로 옆 병실에 머물면서 수시로 병실을 드나드는 모습이 목격돼 억류경위와 북한에서의 조사 과정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족들은 당초 민씨와 두 아들과의 상봉장면을 공개하기로 했었지만 두 아들의 도착이 임박해 민씨가 자필로 쓴 '사과문'을 배포한 뒤 공개를 거부했다.

사과문에는 또박또박한 글씨체로 '국민 여러분. 그동안 많은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하여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를 두고 병원 주변에서는 "환자가 쓴 글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글씨가 깨끗하고 또렷하다", "민씨가 거의 정상을 회복한 것 아니냐"는 등의 말이 나돌았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