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선거구제 여권서도 반기

입력 1999-06-28 15:32:00

여권 내에서 중선거구제와 관련, '백지화설(說)'이 나돌 정도로 반대론이 고조되고 있다.

자민련은 물론 국민회의 내에서도 이같은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사석에선 스스럼없이 현행 소선거구제에 대한 당위론을 개진할 정도다. 호남권과 충청권 등 양당의 주류 측에서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중선거구제가 금권선거는 물론 소지역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한나라당이 이를 강력 반대하고 있는 현실 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여권 지도부가 소선거구제 고수 쪽으로 사실상 방침을 번복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여야 간에 첨예한 대치전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여권 내부가 선거구제 문제로 갈등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을 조기에 차단시켜야 한다는 논리도 가세하고 있다. 게다가 늦어도 8월까진 정치개혁 협상을 마무리짓겠다는 여권 일정은 야당측 반발 등을 감안할 경우 적지 않은 차질을 빚게 된다는 점도 의식하고 있다. 또한 정치개혁 협상의 지연은 내각제 개헌 문제 등을 둘러싼 공동여당간 갈등을 고조시키게 된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여권 정치개혁특위의 국민회의 대표인 안동선의원은 28일"소선거구제로 방침을 번복했는 지에 대해선 아직 모른다"며"그러나 우리 당에서 조차 반대론이 상당수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고 반문, 여권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사실 중선거구제에 대해선 이전부터 여권의 '대야 협상용 카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여권이 우선적으로 공들이고 있는 정당명부제를 도입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것.

즉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를 협상안으로 제시한 뒤 한나라당의 소선거구제를 수용해 주면서 명부제를 관철시킨다는 계산이다. 명부제만으로도 전국정당화를 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소선거구제와 명부제는 김대중대통령의 당초 소신이었던 만큼 이같은 절충이 이뤄질 경우 협상은 여권 의도대로 가닥잡히게 되는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선거구제를 야당과의 협상에 앞서 거둬들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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