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맘놓고 먹을게 없는 세상

입력 1999-06-28 00:00:00

유기농 비료에 발암성분이 다량 함유되었다는 충격적인 보도(본지 25일자 31면)는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을 부각시켰고 또 우리식품 정책이 이제는 보다 폭을 넓혀 식품의 완제품 검사에만 매달리지 말고 근원적인 뿌리부터 살펴야 한다는 좋은 본보기였다. 유기농이라면 공해를 피해 무공해 농산물로 각광받는 식품으로 시중에서 지금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 유기 농산물을 생산하는 유기질 비료에 발암성 인체 유해성분이 다량 포함되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발암식품을 재배하는 꼴인 셈이다.

농업과학기술원이 밝힌 전국 500여개 유기질비료 생산업체들의 유통비료에 대한 이화학적 분석결과 어떤 유기질 비료는 유해성분인 크롬이 기준치보다 105%나 초과했으며 또다른 유기질 비료는 기준치보다 93%나 초과한 수은을 함유시킨 제품을 만들어 판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비료를 사용해 허울좋게 무공해 유기질 농산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버젓이 나돌고 있는 현실에 대해 당국은 그러나 아무런 대책도 없다.

지금까지 당국은 상당수 식품들의 경우 생산된 형태의 완제품에서 검사를 실시, 기준치의 얼마를 초과했다는 등 법적인 하자를 발견해 그 유해식품을 뒤늦게 폐기처분 하는게 고작이다. 유해식품이 어떻게해서 생겨나는지의 과정은 좀처럼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기껏 백화점이나 병원, 대형음식점 등 대량소비자 및 환자가 섭취하기 직전에 발견해 내기 일쑤다. 그래서야 유해식품의 근원을 근절하기는 고사하고 되레 결과적으로 유해식품 관련자들의 한탕주의를 양성화 시키는 꼴이다. 생산자나 식품유통업자들은 들키지 않으면 되고 결국 소비자만 골탕을 먹기 마련이다.

물론 유통과정에서 변질되는 것도 많지만 따지고보면 당장 식중독의 증세가 없더라도 과연 그 식품이 안전한가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는 사실상 뒷전이다. 그 뿐인가. 밸기에산 돼지고기의 다이옥신 파동에서도 수입에 제동을 걸 근원적인 대책보다는 얼마나 또 어떻게, 어디로 유통되었는지에 더 관심을 쓸 수밖에 없는 당국의 무대책이 실상 더 큰 유해한 일이다.

다이옥신 파동에 이어 지금 한창 북새통을 내고 있는 유럽의 코카콜라 파동 또한 그 불똥이 언제 우리한테로 이어질지 모른다. 당국은 코카콜라의 경우 나라별로 생산되기 때문에 국내산 제품은 관련이 없다고는 하지만 지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런 불똥이 튀기전에 대책이 완전한가 하는 점이다.

유해식품은 유통과정에서 취급부주의로 변질되거나 부패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유통과정에서는 괜찮다 하더라도 생산과정에서 발암물질 등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 요인이 없는지 철저한 감시와 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번 유기농산물에 사용되는 유기질 비료의 발암성분 함유 사실은 당국의 유해식품 근절책이 뿌리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준 좋은 예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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