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분규서 주지 고발까지 배경

입력 1999-06-25 14:11:00

동화사 분규가 고발사태로까지 비화되는 등 지난해 총무원 사태로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불교계에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동화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대구지검에 현 동화사 성덕주지를 공금횡령 및 배임으로 고발했다. 비대위는 고발장에서 "성덕스님이 동화사 서별당 공사과정에서 공금을 편법지출하고, 국가문화재 보조금을 유용하는 등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처벌을 요구했다. 이번 고발사태로 지난해말 동화사 점거로 불거진 동화사 문제가 더욱 복잡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5월 주지 퇴임운동을 공식선언한 비대위측과 동화사간 갈등의 원인에 대해 교계내 의견이 분분하다.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5월 본사 주지선거와 총무원 사태당시 정화개혁회의측 승려들의 동화사 점거(12월)에 따른 후유증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일부 승려들이 비대위까지 구성, 본사주지 퇴임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실질적인 이유는 말사주지 인사와 교구운영에 대한 불만이라는 주장이다. 비대위는 지난해 동화사 주지선거 당시 타 후보를 지지한 모 문중의 승려들과 총무원사태때 정화개혁회의측에 가담, 동화사 점거에 적극 나섰던 승려들의 모임인 '동림회'(桐林會)의 비상기구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9교구 소속 30~40명의 승려가 비대위에서 활동중이라는게 교계의 관측.

'인사권 남용'주장은 지난 5월 옥포 용연사, 청도 적천사 등 일부 말사의 주지 교체가 발단. 교체된 이들 말사주지들은 정화개혁회의측 승려들로 동화사 점거에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화사는 초파일을 앞두고 총무원에 의해 멸빈(승적 박탈), 공권정지 등 징계조치된 말사주지들을 교체, 이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주지를 맡고 있던 스님들은 인사에 크게 반발해 최근 동림회라는 이름으로 성덕스님 퇴임운동을 전개하고 나섰다. 당시 용연사 주지인 원학스님은 얼마전 신도와 각계에 보낸 유인물을 통해 "동화사측이 교구내 정서나 문중스님들의 원만한 합의도 없이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따라 후임 주지를 결정했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반면 동화사측은 "종헌종법상 징계받은 스님을 주지로 둘 수 없어 적법절차에 따라 교체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 결국 이번에 고발사태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이번 동화사 분규를 지켜보고 있는 많은 스님들과 신도, 재가단체들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총무원 사태로 불교계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불교계 내부문제가 법적 대응이라는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교계 인사들은 "양측 모두 초발심으로 돌아가 원만한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한다"며 조속한 문제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徐琮澈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