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자 교육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주로 '한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의제로 집약되는 이 문제와 관련한 논쟁이 최근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지난 2월의 문화관광부 한자·한글 병용 방침 발표가 직접적 도화선이 되고 있지만, 다가오는 21세기가 중국·일본 등 한자 문화권 주도의 시대가 될 것이란 주장이 또 다른 측면의 고려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논쟁의 지금 형국은 한글 전용론에 대한 한자 병용론 측의 도전 양상. 그동안 보수적이던 대부분의 신문 지면 조차 따를 정도로 한글 전용 흐름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한글과 함께 한자를 병용해야 한다'는 병용론자들은 한글 전용 흐름을 바꿔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그 상징적 목표 고지는 '초등학교부터 한자를 가르치자'는 제도 개혁이다. 이런 움직임에는 일본 같은 외국 지식인들까지 동향을 주시하고 있을 정도.
병용론자들의 주요한 한 결집체는 '전국 한자교육 추진 총연합회'이다. 7개월 전 발족돼, 유명 인사 38명을 공동대표로 하고 진태하(陳泰夏) 명지대 교수를 상임 집행위원장으로 선정, 지난 1월까지 9천6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진위원장이 주장하는 한글 전용의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학생들이 1천800자 이내의 상용(常用) 한자로 쓰여진 교재 조차 읽지 못해 대학 공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한자로 병용 표기된 어마어마한 도서관 장서가 사장될 위기에 있다는 것. 또 이때문에 고유 문화의 전승이 단절되고 직장에 취업하려면 한자 공부를 개별적으로 해야 할 실정. 한자를 모름으로써 어휘에 대한 이해가 부족, 글 한편을 자신 있게 읽거나 쓸 수 없는 젊은이가 허다하고, 조상들의 귀한 기록물은 물론 남의 이름 조차 한자로 읽어내지 못한다.
앞뒤 안맞는 신조어가 난무하고, 새로운 용어를 처리하지 못해 외래어가 홍수를 이루는 것도 이 탓이며, 외국인 관광객의 75%가 한자 문화권에서 오고 있지만 간판이나 도로표지판에 한자 표기가 없어 관광 산업까지 위축된다. 이들과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필담 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 됐지만, 드디어는 한자 문화권이 세계의 주류로 부상하는 시대가 닥치고 있기도 하다.
진 위원장 등은 이런 이유 때문에 '초등학교부터 한자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서울지방에서는 매달 한자 교육 추진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외 지방에서는 지난해 광주에서 관련 행사를 연데 이어, 오는 27일엔 대구향교에서도 학술대회 겸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한글 전용론자들은 우리 말글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글 전용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다음 세기를 대비하는 보다 다른 측면을 고려한 재점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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