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차관급회담 어떻게 돼가나

입력 1999-06-24 14:31:00

어렵사리 1년2개월만에 성사된 남북 차관급회담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지속 여부의 갈림길로 내몰리고 있다.

두 차례 연기 끝에 22일 오후에야 첫 회의를 가진 이번 회담은 북한 특유의 지연전술과 격하전략으로 초반 진통을 겪고 있는 마당에 여론의 부정적인 평가와 맞물려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만약 2차 회의가 열리고 이산가족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찾아지더라도 그동안 북측이 보여준 무성의와 남측의 일관된 무대책은 두고두고 비판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은 서해 교전 사태에 따른 구겨진 자존심으로 미뤄 일면 이해가 되지않는 것은 아니나 22일 첫날 회의에서 만큼은 베이징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는 지적을 면키 힘들게 됐다.

그러나 조금 냉정하게 판단하면 남북 양측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북측으로선 시간이 더 가면 갈수록 이산가족문제가 이른바 남북대화의 카드가 되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 물론 북한 입장에선 이산가족문제 해결 방안이 자그마한 시범 사업 하나라도 여파가 상당하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남측이 기본적으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사안에 대해 북측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북측 또한 내부 강력 세력의 입김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한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차관급회담을 개최하는 시기를 전후로 남북간에는 △북한의 북방한계선 침범행위 △남북간 서해 해군 교전 △유엔사와 북한의 장성급회담 △북한의 금강산관광객 억류 △북-미고위급회담 등이 잇따라 전개됐다.이런 사안은 북측 못지않게 남측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다.

베이징 차관급회담 개최와 관련해 북측이 취한 태도는 남한의 일부 여론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현재 상황은 남북 모두 감정적으로 격앙된 부분이 없지 않다.

일단 여기에서 한 숨을 죽이고 잠시 뒤를 돌아보는 것도 이런 상황을 돌파하는 방법의 하나일 수 있다.

남측 대표단은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 우선 협의라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대북비료 추가 지원분 10만t 선적이 중단될 수 있다는 본국 정부 훈령에 따라 최악의 경우 철수 등 강경대응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측 대표단은 아직 북측의 반응을 기다리며 이산가족문제의 실마리를 찾는데 비중을 두고 있다. 전날 북측은 기조연설에서 서해 교전만을 거론했지만 서두에서 남북대화의 의의를 평가했고, 종결사가 없었다는 점은 북한이 이산가족문제에 호응해 나올 가능성의 문을 닫을 필요가 없는 근거라는 것이다.

또 서해 교전 사태를 거론하면서도 애매한 표현으로 책임 문제 등을 지적했을 뿐아니라 서해 교전 문제 제기가 이번 회담의 전제조건이 아니라고 밝힌 점은 유의할 대목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이 북-미 고위급회담에만 주력한 채 남북 차관급회담을 외면한다면 남한으로서 별 도리가 없다.

현재까지는 공식 회담 개최일 확정이나 대표간 접촉 등 다양한 방법을 열어두고 있지만 북한의 의도된 지연작전과 남한의 강경 여론으로 대표단은 운신의 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금명간 북한이 어떻게 반응해 올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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