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2일 남북 차관급 회담 1차회의에서의 기조발언 내용 비공개 합의를 깨고 오후 7시 평양방송을 통해 북측 수석대표 박영수(朴英洙) 내각 참사의 기조발언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회담의 실효성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전 11시30분(이하 현지시간)께 회담이 끝나고 북한이 첫날 회의에서 서해안교전문제를 의제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을 때만 해도 난항을 겪으리라고만 예상했을 뿐 회담 자체에는 큰 장애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북한은 전날 두 차례의 연기라는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회담 첫 회의에서 서해안 교전사태를 제기하고 또 비공개 합의까지 무시하면서 기조발언 내용을 방송을 통해 내보냄으로써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게 된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비공개키로 한 내용을 왜 공개했는가에 대한 진의 파악에 분주하면서도 "남북은 첫 회담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지 않기로 합의한 만큼 북한 보도자체가 합의 위반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즉 북한의 기조발언 공개로 모양새는 나빠졌지만 어렵사리 성사된 회담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보도내용 수준, 다시 말해 북한이 박영수 수석대표의 발언내용을 모두 보도했다고 판단해 양영식(梁榮植) 수석대표의 기조발언 내용을 1시간 뒤인 오후 8시께 공개하는 '강수'로 대응했다.
정부의 태도는 회담의 공식성을 희석시키고 회담 자체에 비중을 두지 않으려는 북한측 태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두고 국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회담 무용론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런 남북간 소용돌이 속에서 이날 오전 끝난 1차 회의 상황을 분석해 볼때 회담 전망은 당초 우려했던 '흐림'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1차 회담이 시작되기 전 공개대좌에서 박영수 북측 수석대표가 "전번 자료를 보니 장마가 6월 말에 시작되더라. 이 비가 잘못하면 보리장마로 연결될 수 있다"는 발언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박영수 대표가 언급한 '보리장마'라는 표현은 "수확하기 전에 내리는 장마"라는 뜻으로 북한에서도 잘 안쓰는 표현이다. 이로 미루어 북한이 처음부터 남북 차관급회담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는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북측이 비료 납기일 지연으로 회담 개최를 연기시킨 것을 상기하면 박 대표의 이러한 공개 표현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기대하는 남측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이다.
북한측이 진실로 이산가족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키 위해 회담장에 나왔는지, 또 북한이 이같은 비상식적 행태를 계속할 경우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과연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지 회담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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