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느끼는 일이겠지만, 한마디로 분위기가 얼음짱처럼 너무나 냉랭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성냥갑만 같은 서울의 대만원 지하철과는 달리 대구의 경우 대개의 승객들은 편안하게 좌석에 앉아서 여유롭게 갈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렇게도 얼굴표정들은 콘크리트처럼 굳어 있을까. 화가 난 것만 같은 인상파, 두 눈을 내내 지그시 감고 있는 묵상파(?), 창 밖과 천장만을 주시하는 무표정파도 있고…. 이렇듯 하나같이 밝지 못한 표정들이다.
간혹 등·하교길 학생들의 신바람나게 터지는 웃음꽃마저 없다면 얼어붙은 지하철 풍경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마치 움직이는 창고에 갇혀 있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흔히들 서양은 유머의 과민지대요, 동양은 유머의 과소지대라고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아득한 옛날부터 내려온 유교적 관습에 의해 잘 웃기거나 잘 웃으면 실없는 사람이라고 하등대접을 받아온게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현대화된 오늘날에도 유머감각이 쇠뭉치처럼 무딘 게 우리민족의 특징이다.
유머를 주고 받는 일은 곧 행복을 쪼개 나누어 갖는 것이 아니랴. 미켈란젤로의 조각작품으로 미인을 소재로 한 '밤'이란 제목의 명작이 있다. 이 작품에 홀딱 반해버린 당대의 시인 조반니 스트로츠가 '손을 대면 그녀는 곧 깨어나리라'하는 제목의 시를 지어 작가에게 보냈다.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즉시 다음과 같은 답장을 그 시인에게 보냈다. 내용인즉 "잠자는 미인을 깨우지 마십시오. 원컨대 소리내지 말고 조용히 감상해 주시기를…"
바로 이것이 다이아몬드보다 값진 유머인 것이다. 어느 심리학자의 통계에 의하면 사람이 평생을 통해 웃는 시간은 1천여시간이라고 한다. 인간의 평균수명을 70세로 잡았을 경우 61만4천여시간이다. 그토록 엄청난 시간중에서 웃는 시간이 고작 1천여시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면 우리가 웃음에 대해서 너무나 인색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을 탔을때 비록 낯선 사람끼리 말은 주고 받진 않더라도 모나리자와 같은 달콤한 미소만이라도 은연중에 눈으로 주고 받는, 자그마한 낭만이라도 꽃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기만 하다.
〈동서병원·한방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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