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장애인 '당당한 웨딩마치'

입력 1999-06-22 14:41:00

"힘들게 맺어진 만큼 서로 사랑하며 남 부럽지 않게 살겠습니다"중증 뇌성마비(1급)를 앓고 있는 노영호(25)씨와 정신지체 장애자(3급) 임숙이(28.여)씨. 서로의 짐을 덜어주는 동반자가 되기 위해 결혼을 약속한 장애인 예비부부다.

노씨와 임씨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 82년. 장애인 아들을 키울 능력이 없는 부모를 떠나야 했던 노씨와 희망원을 전전한 임씨가 선명재활원에 들어오면서부터다.판단력이 떨어지는 임씨의 좋은 조언자가 되어준 노씨와 거동이 불편한 노씨의 손발이 되어 보답한 임씨는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내오다 사춘기를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게 됐다.

현재 선명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선명요육원과 만승자립원에 있는 노씨와 임씨는 주위의 눈을 피해 5년동안 교제 해오다 지난해 10월 주위에 결혼을 발표했다. 오는 26일 오후 2시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 청곡종합복지관 3층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이들은 주위의 도움으로 신혼집과 조촐한 결혼 예물도 준비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면 복지재단의 도움없이 생활을 꾸려 나가야 하는 이들 예비부부에게는 앞으로의 생활이 더욱 막막하다. 임씨가 장애인 자활을 돕는 만승자립원에 취직 해 돈을 벌 예정이지만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

컴퓨터프로그래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내년 4월 고졸검정고시 시험에 합격한 뒤 대학 진학을 꿈꾸는 노씨가 인터넷 관련 일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휠체어를 밀어주던 임씨가 일을 나갈 수 밖에 없어 노씨에게는 전동휠체어 마련도 시급한 일이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를 감싸고 있는 껍질을 깨야 합니다" 결혼을 통해 장애인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당당한 사회인으로 서고 싶다는 노씨와 임씨. 그들만의 소중한 꿈을 키워 장애인들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수 있는 사랑의 손길이 아쉽다. (연락처 791-0813)

〈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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