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광순씨 '어느 안티미스코리아의…'출간

입력 1999-06-19 14:08:00

"MasterK; 예쁘고 착한 여잔 무죄!예쁜 여자가 화를 내면 무섭다. 남자들은 경청하지 않을 수 없다. 못생긴 여자가 화를 내면 남자들은 짜증낸다. 그래도 계속 화를 내면 무시당한다"(시 '일부 한국넘들'중에서)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와 남성들의 편견과 왜곡된 시각을 담시(譚詩)형태로 풀어낸 시집 '어느 안티미스코리아의 반란'(인물과 사상사 펴냄)이 출간돼 화제다.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부모 성(姓) 함께 쓰기 운동' 등을 펴고 있는 서울의 한의사 고은광순(44)씨가 낸 이 시집은 여성비하의 현주소를 폭로하고 보수적인 남성세계에 던진 도전장으로 읽힌다. 50여편의 담시가 실린 이 책을 펼치자마자 쏟아지는 거침없는 독설과 해학, 풍자는 단순히 읽는 재미를 넘어선다. 여성독자들은 속이 툭 트이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반면 남성독자들은 고씨의 걸쭉한 입심에 아찔함이나 실소를 감추지 못할 지경이다. "글구 서초동 사시는 아저씨!/생방송 라디오 토론프로그램에 전화를 걸어설랑/일제 때, 배웠다는 여자들이 한국 여자들을 망쳐놓기 시작했다고라고라/여성운동한다는 여자들이 눈꼴시다고라/옴머머, 여자들이 과격해지고 있다고라. 예전엔 안그랬다고라"('무녈, 혹은 그를 닮은 아자씨들께')

그의 독설은 단지 여성의 존재를 무시하는 대상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의 페미니즘 옹호는 단순히 여성영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여성에 대한 억압의 근원을 정치권력의 역사적 흐름에서 찾아 권력자와 가진자,보수주의자 등에게도 불똥이 옮겨 간다. 고씨가 보수 극우주의자로 지목한 김활란·윤원구박사와 김용갑의원, 박홍(바콩)교수, 소설가 이인화(이이놔)씨 등 지식인들도 고씨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듣게 된다. 박정희시대를 회고하는 10쪽 분량의 장시 '박정희는 갔다. 이이놔교수여'에서 고씨는 군사정권의 억압상황을 낱낱이 해부하기도 한다. 또 주부대상의 아침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 엄앵란·조양희 등 같은 여성들의 잘못된 시각에도 비수를 던진다.

최근 페미니스트 잡지 'if'가 상품화된 여성의 미의식을 질타하기 위해 주최한 '안티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하기도 한 고씨는 "페미니즘의 목적을 구체화하기 위해 일상언어로 여성의 삶을 그려보았다"고 출간동기를 밝혔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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