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박수 속에 퇴임한 만델라

입력 1999-06-19 14:35:00

검은 대륙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지난 16일 만델라 대통령이 퇴임하고 음베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흑인 2대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역사가 열렸다. 지난 94년 집권하면서 만델라가 백인들에 대한 복수보다는 화합과 용서로 흑백 동거시대를 열었다면 음베키 대통령은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실질적 인종차별을 바로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남아공의 장래에 대해 백인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인종간 분열을 막는 가교 역할을 맡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인종차별 정책에 따른 인종간 분열과 갈등을 5년 만에 해소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만델라는 이제 인종차별 문제의 해결을 음베키에게 떠넘긴 것이다.

아시아의 만델라로 불리는 김대중 대통령도 취임 초부터 국민통합을 역설해 왔다. 김대통령의 이 정책을 남아공의 인종화합 정책과 맞비교하기는 어렵다. 두 나라의 역사적 배경 등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만델라가 흑인 판자촌에서 뿐만 아니라 백인들의 높은 담장에서도 존경을 받게된 것은 백인 정권에 맞서 싸우면서 외쳤던 화합과 용서를 집권 후 실천했기 때문이다. 만델라는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복수의 칼을 거둬 들였다. 342년 만에 흑백간 정권교체에 기대를 걸었던 많은 흑인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전세계는 박수를 보냈다.

우리는 어떤가. 김대통령의 정권교체도 전세계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취임 1년4개월이 지나고 있는 지금 동서간 갈등은 더 깊어지고 있다. 김대통령의 국민통합 정책을 실패라고 예단할 수는 없지만 화합정책은 어느 순간부터 동진정책으로 바뀌었다. 상대 지역을 압도하겠다는 전투 용어다.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지역갈등을 풀기 어렵다.

지역 문제는 인종차별에 비하면 어려운 문제가 아닐는지도 모른다. 남아공의 새로운 역사를 연 만델라 대통령은 분명 김대통령에게는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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