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벌개혁의지 퇴색됐나

입력 1999-06-18 15:13:00

재벌개혁이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이고 외환위기.경제위기와 관련 외국의 투자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도 이것이다. 김대중대통령도 재벌총수들을 불러 이를 직접 독려하고 그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한 것도 그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재벌개혁은 정부의 요란한 정책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흐지부지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재벌개혁의 주요과제 가운데 소유지배 구조혁신은 선단식 경영강화로 되레 뒷걸음질하고 있고 부채총액증가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는가하면 무리한 사업맞교환 추진으로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후유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유지배 구조의 문제는 지금까지 재벌경영이 빚은 잘못의 핵심요소를 제거하려는 것인데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로는 재벌들이 지난 1년간 계열사 출자를 늘려 이전보다 되레 문어발식 소유지배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30대그룹의 계열사출자제한제도가 폐지된 뒤 기업집단의 출자총액이 지난 4월 1일 현재 29조9천억원으로 98년 4월 15일의 17조7천억원에 비해 무려 68.9%나 늘어났고 특히 자기계열사출자비중이 98년에 85.9%에서 99년엔 87.3%로 증가했다. 또 계열사 지분은 35.7%에서 44.1%로 올라 재벌총수와 특수관계인, 계열사를 모두 합친 내부지분율은 50.5%로 98년의 44.5%보다 6%포인트가 상승해 외환위기속에서도 재벌들의 계열사에 대한 소유지배강화에 얼마만큼 집념을 가졌는지를 명백히 보여주고있다. 이같은 현상은 5대그룹의 경우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 계열사출자총액은 무려 2배나 늘어 났고 내부지분율도 7%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이와 아울러 부채총액이 늘어 경제위기속에서도 자산총액이 증가함으로써 재벌에 대한 경제력 집중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재벌개혁은 빅딜문제로 정.재계간의 마찰음만 높았지 실제론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경쟁력강화를 위한 기업구조조정은 공염불이 되고 경제위기 극복은 더욱 멀어질 것 같다.

문제는 재벌들의 이같은 개혁역행 현상에 대해 정부가 바로잡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이지않고 있다는데 있다. 이번에 드러난 선단식 경영강화도 빚을 줄이라면서도 출자총액 제한을 풀어주면서 이를 악용한 업체들에 대해 감시와 감독을 제대로 않았던데 원인이 있었다. 계열기업간에 순환출자로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고 있는 데도 당국이 이를 외면한 것은 재벌개혁의 의지부족으로 비치는 것이다. 정부는 재벌개혁을 말로만 하지말고 실질적 성과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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