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을 200여일 앞두고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내일을 준비해도 부족한 이 때, 우리 사회는 어쩐지 방향성을 잃은 채 어수선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고급 옷 뇌물 의혹사건, 다이옥신 파동을 비롯하여 서해에서는 북한경비정들이 북방한계선을 연 8일 동안이나 무단침범하다가 드디어는 교전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런 와중에 검찰의 조폐공사 노조파업 유도설 파문으로 노조는 물론 온 세상이 야단인데다, 공적자금을 지원 받아온 워크아웃 대상기업(77개)중 60%이상이 실패한 것으로 발표되어 국민들은 혼란과 더불어 불안하다.
문제를 좁혀서 볼 때, 이번 검찰의 파업유도 의혹은 두 가지점에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사건이다.
첫째는 정보.공작정치의 청산과 노사 자율성의 최대존중,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를 표방한 이 정부의 '공식'기관이 폐쇄적 사회에서나 가능한 마키아벨리식 공작정치의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정부의 신뢰성과 도덕성에 결정적 흠집을 냄으로써 옷 로비사건과 더불어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불신, 계층간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켜 앞으로의 지속적인 개혁추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둘째는 양대 노총이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이미 16일, 17일 장외투쟁에 돌입했고 앞으로 정부의 반응이 없을 경우 보다 강도 높은 파업투쟁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럴 경우 그 동안 회복국면에 접어든 한국경제는 산업평화의 붕괴로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될 것이고 21세기를 코 앞에 두고 국가발전의 발목이 잡히게 됨으로써 한국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타를 맞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이같은 점들을 냉철히 인식하고 이제부터라도 당리당략의 소아적 이해에 집착하지 말고 현정권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가와 국민의 총체적 에너지를 국리민복 증대에 집중투입할 수 있도록, 비록 한시적이나마 공정성, 투명성을 확보하는 특별검사제를 신속히 도입해서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국민의 의혹을 하루라도 빨리 풀어 주어야 할 것이다. 어디 첫술에 배부를 수가 있겠는가.
한편 노동계의 경우, 파업유도의 의혹이 제기된 마당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노동계 역시 이번 사건을 선명성 경쟁이나 자신의 조직력 강화를 위한 호재로 삼아 파업을 능사로 삼는다면 대단히 우려스런 일이다. 여야간에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제가 협상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이상, 최소한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는 총파업을 자제하는 것이 성숙한 자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IMF관리체제가 끝나지 않았고 또한 무한경쟁시대에서 기업의 체질강화를 위한 구조조정과 최소한의 협력적 고용조정은 불가피한데도 불구하고,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중단을 추가적인 이슈로 진상조사 전에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또다른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1년반이상이나 노총과 조합원들이 산업평화를 위해 뼈를 깎아온 고통분담의 노력이 자칫 수포로 돌아갈 수 있고 국민들의 지탄도 면키 어려울 뿐만 아니라 노조 자체에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는 노동계의 이러한 하계 파업투쟁을 막기 위해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원칙을 부분적으로 완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폐공사를 비롯한 대다수의 비효율적인 공기업의 구조조정에 솔선수범해야 할 정부가 노동계 달래기 목적으로 이를 또 변경한다면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또 한번 상처를 줄 것이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클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을 둔 구조조정과 노사개혁의 기본방향과 틀을 계속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김영재(동국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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