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일기-선생님의 격려

입력 1999-06-17 14:09:00

최선생님께초등학교 동기의 딸 결혼식에서 함께 자리한 지가 벌써 두 달이 되어갑니다. 50여명의 졸업생 중 스무명 가까이 참석한 그날의 만남 속에서 저는 소중한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지난 64년에 졸업했으니 35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 진정한 교육이 무엇이며 그때의 교육열이 오늘에는 어떻게 접목될 수 있을지를 곰곰 생각해 보았답니다.

선생님의 열성 덕분에 무명의 산골 학교가 전국 제일의 주산 명문학교로 이름을 떨쳤고 우리들도 주산 하나만큼은 뒤지지 않는 실력들을 쌓았었지요. 넘치는 정열로 제자 사랑의 열정을 유감없이 펼치셨지만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저희들 때문에 애도 많이 태우셨지요. 그때의 일기장을 펼치면 하루에 매 몇 대 맞았나가 기록돼 있어 혼자서 웃음을 짓기도 한답니다.

선생님, 칠순을 맞으시는 선생님과의 과거 경험들을 떠올리는 이유는 선생님을 원망해서라기 보다는 이런 면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어야 겠다는 마음에서 드리는 것이니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수학여행 날짜를 정하고 모든 학생이 꼭 가야한다고 하셨을 때 무서운 마음에 한 마을의 학생 4, 5명이 집단으로 결석한 일을 기억하십니까. 뒤에 밝혀진 일이지만 이들은 수학여행 경비 마련을 위해 며칠동안 미꾸라지를 잡았다고 하지요.

지금은 고인이 된 한 친구가 생전에 건네온 말도 아프게 다가옵니다. 당시 우수학생 뿐만 아니라 성적이 떨어져 있던 아이들에게도 칭찬과 격려 그리고 사랑을 베풀어 주셨다면 지금처럼 자신이 힘들지는 않았을 거라며 씁쓸해했습니다.

장사에 뛰어들어 돈을 모으고 좋은 일에 쓰는 친구도 없지 않지만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간격이 지금 와서는 너무 커보입니다.

물론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한 데는 선생님과 같은 열성적인 스승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최근 교원 푸대접으로 인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걸 보니 자칫 20, 30년 후에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까 두렵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모든 학생들에게 사랑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선생님이 진정 필요할 것입니다두서없이 글을 올렸습니다. 내내 건강하시옵소서.

〈성병조·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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