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전후 단오차례와 단오시절식 관심 집중

입력 1999-06-16 14:01:00

죽순전·백숙·햇차 곁들여 단오전후 옛 여인들 즐겨우리 민족 특유의 음식문화가 더 이상 소멸되기 전에 원형을 복원해야한다는 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단오(18일)를 전후해서 옛여인들이 즐기던 단오차례와 단오시절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선말기까지만해도 단오는 4대 명절의 하나로 여겨져 차례를 올리는 게 보통이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주악·증편·수단이 단오절식으로 기록돼있고, 목은집에는 창포주가 단오 절식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각 가정에서 전래되는 단오차례로는 '앵두 차사'를 손꼽을 수 있다. '앵두 차사'는 남성들이 꽃피는 봄에 산천으로 '진달래 시회(詩會)'를 다녀오던 문화에 비견될만한 음식문화 가운데 하나이다.

단오를 앞두고 여인들이 '앵두 차사'를 올린 것은 앵두가 제일 먼저 나는 햇과일이기 때문. 대구시 수성구에 사는 50대 주부 표은이씨는 올들어 과일 가운데 가장 먼저 열매맺은 햇앵두와 봄을 뚫고 나온 햇죽순으로 구운 죽순전, 은어소금구이, 영계백숙에 햇차를 곁들여 준비한 '앵두 차사'에 박태남(대구시 남구 대명동), 조덕순(대구시 수성구 중동)씨를 초청했다.

차사는 달리 거창한 게 아니라 조상께 차를 공양하고 가족이나 이웃들과 함께 나눠 먹는 것.

"봄에 뜯은 취나물로 만든 수리취떡을 곁들이면 '앵두 차사'는 격을 갖추는 셈"이라는 표씨는 앵두차사가 위로는 조상을, 아래로는 가족을 위하는 의미를 지녔다고 말한다.

수리취떡은 쉽게 말하면 쑥떡에 쑥을 넣는 대신에 수리취(취나물)를 넣은 것으로 새파란 색깔이 신선한 미각을 자극한다. 수리취를 데쳐 잘게 찧고, 쌀가루 찐 것에 섞어 차지게 하여 차바퀴 모양의 떡살로 문양을 낸 절편이다.

앵두는 깨끗이 씻어 그릇에 담거나 앵두 화채를 만들면 된다. 앵두 화채는 앵두를 반으로 갈라 씨를 발라내고 꿀이나 설탕을 태운 오미자물(오미자를 찬물에 발갛게 우려낸 물)에 띄워 내는 것. 연한 배를 꽃모양으로 찍어서 같이 오미자물에 띄우면 붉고 하얀 무늬 색상이 초여름 입맛을 한결 돋군다.

죽순전은 햇죽순을 이용해야 쫄깃쫄깃하고 단백한 맛이 일품이다. 최근에는 담양산 죽순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죽순은 껍질채 20~30분쯤 삶은 다음 잘게 찢어 밀가루에 반죽해서 전을 붙인다.

"봄에 밀양에서 나는 은어는 임금님께 올리던 진상품이라고 어른께 배웠다"는 박태남씨는 신물 은어에서는 수박향이 나고 비린내가 나지않아서 차에 곁들이기에 적당하다고 말한다. 깨끗이 씻은 은어를 약한 불에 노릇하게 구워, 소금을 뿌리면 은어소금구이는 완성된다.

영계백숙은 1백일 남짓 키운 햇닭을 삶아서 만들고, 차는 햇차로 준비한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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