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빌딩'
안락하고 편리한 생활·작업 공간을 꿈꾸는 인간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인류는 발달된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구조적 편리함과 외양의 아름다움을 넘어 건축물에 '지능'을 부여했다. 이른바 인텔리전트 빌딩.
'서쪽 창문으로 초여름 따가운 오후 햇살이 내리쬐면 창문의 블라인드가 저절로 내려와 햇빛을 가려준다' '아트리움(atrium:고대 로마건축의 안뜰)의 유리 지붕은 실내가 후텁지근해지자 자동적으로 열려 환기를 시켜준다'
서울시 강남구의 요지, 테헤란로와 삼성로 교차점에 자리잡은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 '포스코 센터'의 첨단 설비를 설명하기 위해 곧잘 소개되는 기능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난 95년, 5천280여평의 대지위에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하는 20층, 30층짜리 타워 두 개로 이뤄진 이 빌딩의 첨단 기능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인간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켜지거나 꺼지는 PC부터 전자결재에 전자우편·위성방송·신문기사 검색·회의실 예약까지 가능한 통합 사무자동화시스템 '마이포스', 온·습도 자동조절 장치까지.
화상회의실에서는 우리나라 도시뿐 아니라 세계 각국 현지인들과 모니터로 업무를 논의하는 화상회의가 가능하고 아트홀의 객석은 행사 성격에 따라 높낮이, 위치를 자동 조절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의 소형 액정 화면에서는 각종 국내외 뉴스 속보를 내보내 국내외 상황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우편물 분배 시스템의 경우 일반인들에게는 신기하게 보일 정도. 하루에도 몇 트럭씩 배달되는 우편물을 수신자별로 분류, 컨베이어 벨트에 실어 보내면 우편물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각 사무실로 자동 배달된다.
첨단 기능을 통한 건물 유지비 절감과 환경보호는 인텔리전트 빌딩의 또다른 특징. 엘리베이터의 움직임과 온·습도 조절, 전기 공급 등을 중앙관제실에서 종합적으로 제어하지만 관제실 관리인력은 일일 3교대하는 9명. 다른 빌딩 관리인력의 1/3수준으로 연면적 5만4천680평의 매머드급 빌딩을 관리할 수 있는 셈이다.
이밖에 밤새 축척해 둔 에너지로 냉방을 하는 빙축열시스템, 한 번 사용한 물을 재활용하는 중수도 설비 등을 설치했다. "덕분에 평당 건축비가 500만원선으로 다른 고급 빌딩보다 평당 100만~200만원이 더 들었다. 하지만 에너지 및 인건비 절감이 가능해 10년이면 투자 시설비를 뽑을 수 있다"고 포스코센터 고원남 사옥운영 팀장은 말했다.
유리와 철근으로 이뤄진 외양 때문에 외국의 빌딩을 뚝딱 그래로 옮겨 놓은듯한 포스코 센터.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첨단 기술의 바탕 위에 우리 전통 건축의 '열린 공간' 개념을 접목해 지은 건축물임을 알 수 있다.
중앙에 가장 낮은 아트리움을 사이에 두고 높낮이가 다른 두 개의 빌딩이 배치된 것은 반쪽으로 쪼갠 사과, 혹은 병아리가 어미 닭의 날개 밑을 파고 드는 형상. 이렇듯 기승전결의 단계를 거치는 외형은 거리와 거리를 오가는 이들을 센터안으로 불러들이는 친화력을 가졌다.
높은 담으로 자연을 집안에 가두려 하지 않고 열린 공간을 통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우리 전통 건축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지만 찾는 이를 주눅들게 만드는 다른 대형 빌딩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위압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유리성을 보는 듯 투명한 외양과 내부의 아름다움도 이런 위압감을 없애는데 한 몫한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의 대형 설치작품 '철이 철철'. 내노라 하는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이 구석구석 숨어있어 마치 사무공간이 아닌 미술관을 찾은 듯한 느낌을 준다.
22.5m×63m에 달하는 무주공간(기둥이 없는 공간)은 답답하고 단절된 느낌의 기존 사무실과 다른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땅거미가 깔릴 때쯤이면 스스로 빛을 내듯 환해지는 유리 지붕에는 아름다움을 고려한 세밀함이 읽혀진다. 지붕아래 숨겨진 조명등이 켜지면 빛은 예술작품처럼 지붕에 달려있는 알루미늄 반사갓을 거쳐 유리 지붕에 자연스러운 밝음을 선사하는 것이다.
포스코 센터는 기술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는 또 하나의 건축물로 우리나라 건축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이다.
글 金嘉瑩기자
사진 李京勳기자
---인텔리전트 빌딩이란?
종래의 단순 사무공간 개념에서 탈피, 미래의 고도 정보화 사회에 대비해 사무자동화·건물자동화·정보통신화 기능을 반영한 미래 지향적 사무공간이 갖춰진 건물. 건물자동화란 에너지 관리 시스템, 보안시스템, 빌딩 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또 사무자동화는 문서처리 및 각종 정보처리를, 정보통신화는 디지틀 교환기·화상통신·문서통신·전송교환 서비스·전자 우편·영상회의 시스템 등과 같은 설비를 포함한다. 이런 설비가 갖춰진 빌딩은 최적의 사무환경을 보장, 지적 생산성을 증가시킬뿐 아니라 건물 관리비용을 낮춰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