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 16세기 유럽. 지리상의 발견으로 유럽인들의 세계인식은 심각한 진동에 휩싸여 있었다. 종교개혁에 따른 혼란으로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는 심각한 대결구도 속으로 치달았다. 한편 이태리에서 꽃핀 르네상스 예술은 유럽전역에 영향을 미쳤고, 인문주의는 사상과 학문의 자유를 드높이고 있었다. 이 전란의 시대는 칼과 전쟁이 아닌, 지혜와 교양을 가진 인간을 필요로 했다.
이 새로운 시대의 한복판을 가로 질러간 훌륭한 르네상스인이 있었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Que sais-je ?)라고 회의한 이 사람은 미셸 에켐 드 몽테뉴(1533~92)였다. 회의론자였지만 종교적 교회도, 이성적 학문도 절대시하는 것을 물리치고 인간으로 현명하게 살아야 한다고 역설한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를 만난다.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한길사·전 3권)는 프랑스의 위대한 지성 몽테뉴의 생애와 사상을 추적하는 한편 16세기 프랑스 르네상스 시대를 파헤친 시대 풍속화다. 스페인 화가 고야의 평전으로 명성을 얻은 일본 작가 홋타 요시에(堀田善衛·1918~98)가 지난 91년에 집필을 시작, 94년에 완성한 3부작이다. 16세기 인문주의자 몽테뉴를 400년후 현재 시점으로 불러내 마치 대화하듯 쓴 대작이다.
이 책은 크게 세 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16세기 프랑스 궁정·귀족사회의 정쟁과 가톨릭·프로테스탄트간 피비린내나는 종교전쟁의 드라마다. 이 전란의 시대에 법관, 시종무관으로 정치 한복판에 섰고, 때로 몽테뉴성의 고독한 은둔자로 살아간 사상가이자 저술가 몽테뉴의 삶의 풍경이 그 하나다. 또 그의 대표작 '에세'에 각인된 전형적인 르네상스인 사상가의 어록과 철학을 통해 시대정신을 그려나간 것이 한 축이다.
프랑스 보르도지방의 부유한 해운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몽테뉴는 검사(劍士)귀족으로 에라스무스식의 자유교육을 받았다. 파리 유학후 보르도 고등법원 심의관이 된 그는 37세에 미련없이 법관직을 그만두고 서둘러 몽테뉴 성으로 은퇴한다. 진정한 인문주의의 출발인 셈이다. 이곳에서 인간을 탐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 그는 그 결과를 책으로 묶어 냈다. '에세'(Essais). 현재 우리가 '에세이'라고 부르는 글쓰기 방식은 바로 이 책에서 비롯됐다.
몽테뉴의 삶과 시대상, 사상적 궤적을 추적한 이 책에서 홋타는 몽테뉴의 사상적 특징을 발견해낸다. 쾌락주의적 천성과 스토아주의적 절제라는 양극단의 영혼을 소유한 몽테뉴. 그는 육체와 정신의 쾌락을 동시에 중요하게 생각했고 다양성과 유연성, 평범함을 높이 평가했다. 나아가 자연적 이성과 격정적 감성의 충만한 합일을 꿈꾼 자유주의자였던 그는 종교전쟁의 광기가 낳은 유혈과 비이성의 풍경속에서 인간의 이성과 자유라는 인문주의의 거대한 태동을 주도해 나갔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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