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대구는 전세계 첨단기술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대회를 치를 준비로 부산하다. 한국은 '세계벤처엑스포(가칭)'를 유치한 첫 아시아권 국가가 됐고, 개최도시로 대구가 선정된 것. 2003년부터 시작된 벤처엑스포의 개최지는 선진공업국이 독차지해 왔다.
그러나 인구 250만명에 1만여개의 벤처기업이 밀집해 연간 매출액 10조원을 웃도는 동양의 실리콘밸리 대구가 드디어 세계 벤처기업의 총아로 부상한 것이다.
대구는 대학이 배출한 인재와 기술을 결합해 벤처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테크노빌딩'과 성장단계로 접어든 벤처들이 한데 모여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는 '벤처타운', 전세계 벤처자본과 기술의 집약지로 발돋움한 '테크노마트'를 갖춘 명실상부한 벤처도시였다.
가상이긴 하지만 가슴벅찬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80년대 저성장의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던 미국을 구해낸 것이 벤처였고, 중동의 소국 이스라엘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것 또한 벤처다. 21세기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도 바로 벤처기업이 될 것이다.
지역 벤처인들은 97년 한국경제를 강타한 외환위기이후 대구와 구소련 붕괴 뒤 이스라엘을 자주 비교한다. 100여년 걸린 미국 실리콘밸리를 이스라엘이 10여년만에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은 소련 붕괴 후 이스라엘로 돌아온 유태계 과학자의 기술과 미국내 유태 자본의 결합이 배경이다.
한국 정보통신업계 인맥의 과반수가 지역에서 배출됐다. 미약한 지역기반 탓에 타지로 떠나기만 했던 이들 고급인력들이 IMF 이후 구조조정과 잇딴 도산의 여파로 귀향을 꿈꿨다. 그러나 대구는 이스라엘과 달랐다.
이들을 받아들일 공간과 자본이 없었다. '운좋게' 귀향에 성공한 벤처인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구테크노파크가 주창하고 나선 '∏(파이)플랜'은 한마디로 지역의 벤처 인프라 구축이다. 최근 대구를 찾은 한국벤처기업협회 이민화 회장(메디슨 대표)은 "세계시장에서 대기업의 경쟁력을 1이라고 했을 때 벤처기업은 24배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고급 두뇌인력을 꼽았으며, 이는 미국에 비해 5~10배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껏 배출한 두뇌인력만 비교하더라도 대구의 벤처 경쟁력은 다른 대도시와 비교되지 않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구는 이들이 성장할 토대를 마련해주지 못한다. '∏플랜'은 지금이라도 이같은 벤처 기반을 만들자는 계획이다.
'∏플랜'의 한 축이 옛 대동은행 본점 건물을 이용한 '테크노마트' 활성화 방안이다. '테크노빌딩'이나 '벤처타운'이 생산 중심적인 지역인프라라면 '테크노마트'는 지역 벤처의 기술과 상품을 세계 시장에 내놓는 교두보인 셈이다.
'∏플랜'의 성공은 '스타벤처'의 탄생을 예고한다. 일본판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인구 140만명의 교토내 6대 벤처기업이 기록한 연간 매출액은 191억2천만달러(22조9천억원). 21세기 벤처도시를 꿈꾸는 대구의 벤처 연간매출액 10조원은 결코 꿈이 아니다.
〈金秀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