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경험이었다.'위대한' 미국이 무너지다니. 그것도 동양의 소국 베트남의 공산 게릴라들에게 말이다. 베트남전의 패전은 미국민들에게 뼈아픈 상처를 주었다. 건국 이후 첫 패배라는 점에서 미국인들의 상실감은 컸다.
1977년 연초 어느날. 할리우드 20세기 폭스사의 시사실에서는 '오락 게임'같은 한 편의 영화가 돌아가고 있었다.
간부들중 일부는 상영 도중 잠들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지옥의 묵시록'의 감독)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고, 브라이언 드 팔머('미션 임파서블'의 감독)는 낄낄거리며 빈정댔다. 마틴 스콜세지는 '맙소사!'라고 중얼거렸다. 오직 단 한사람만이 '브라보'라고 외쳤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목소리였다.
조지 루카스감독의 우주환타지 '스타워즈'의 신화는 그렇게 열렸다. 77년 5월 1일 미국 전역에서 개봉되면서 미국인들은 '신드롬'이라 표현할 정도로 '병적'으로 이 영화에 빨려들었고, 언론들은 "장대한 우주 오페라, 영화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시킨 작품"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타워즈'는 통상 관념적이고 디스토피아적(암울한 미래관)이며, 또 두려움의 대상이던 미래에 대한 인식을 바꾼 계기가 된 작품이다. 동화적인 분위기, 적절한 볼거리, 경쾌한 캐릭터, 낙관적인 '우주쇼', 키스로 끝나는 해피엔딩…
베트남전 상이용사의 잘려나간 몸을 볼때 마다 느끼던 패배감과 허전함의 아노미(몰가치 상황)를 일거에 씻어주었다.
루카스는 1973년 집필에 들어간 지 만 3년만인 1976년에 '스타워즈'의 시나리오를 탈고했다. 줄거리는 단순했다. 그 또한 "14세 아동을 위한 환상극"이라고 단정했다.
은하제국 독재자(모프타킨총독)의 손아귀에서 탈출한 공주(레아)가 제다이 기사의 피를 이어받은 젊은이(루크 스카이워커)와 우주 선장(솔로)의 도움으로 독재 제국을 격퇴하고 우주에 평화를 가져온다는 내용이었다.
'우주의 꿈과 희망'을 다루었지만 '스타워즈'는 철저히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 미국외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영화잡지 '프리미어'는 '스타워즈'가 특히 미국인들에게 친근한 몇가지 점을 지적했다.
우선 '스타워즈'가 웨스턴(서부극)의 포맷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레아공주(캐리 피셔)의 구원의 메시지를 알아낸 루크(마크 해밀)가 솔로선장(해리슨 포드)과 유인원 추바카(피터 메이유)를 규합해 구출작전에 뛰어드는 것은 존 포드감독의 '역마차'의 서부 개척의지를 담은 것이다.
또 루크와 솔로선장의 캐릭터는 서부극 '베라크루즈'의 게리 쿠퍼와 버트 랭카스터와 닮았으며, 우주함의 주점에서 무법자들이 득실대는 것은 전형적인 서부극의 흥미요소다. 또 로봇 R2-D2와 C-3PO가 헤매는 사막은 서부의 황량함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이외 R2-D2와 C-3PO는 무성영화 시절 코미디 콤비 스탠리 로렐과 올리버 하디에서 따온 것이며 우주 전투기의 편대 공격은 2차대전의 연합군과 독일군의 공중전을 연상시킨다. 왜소한 키의 자와일당은 월트 디즈니의 명작 만화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스타워즈'는 할리우드에 몇가지 '혁명'을 일으켰다. '스타워즈'를 기점으로 모든 영화들이 SFX(특수효과) 테크놀로지의 경쟁에 돌입했으며, 스타시스템(스타가 중심이 된 제작경향)은 무너졌고, 아날로그 시대가 끝나고 디지털혁명이 시작됐다. 이는 영화의 역사에서 단절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스타워즈' 1,2,3편에 이은 97년의 특별판 공개, 그리고 99년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의 개봉 등 '스타워즈' 열풍은 30년이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우주개발의 독점, 세계경제 강점, 정보화전쟁의 승리, 영화산업 독식 등 미국의 '세계 집권화'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비(非) 미국인'들에게 '스타워즈'는 더욱 가공스런 영화가 되고 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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