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들 인기 여성작가 소설에 혹평

입력 1999-06-12 14:08:00

요즘 문학비평가마다 빠지지 않고 한번쯤 손대는 메뉴는 '90년대 여성작가들의 글쓰기'다.

90년대 후반에 등단, 급부상한 여성작가들에 대한 평가가 집중되는 배경에는 '소설의 여성화'라는 곱지 않은 시각과 이들의 글쓰기를 검증하고픈 욕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평이 집중되는 작가를 손꼽으라면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씨로 그 범위를 좁힐 수 있다. '문체의 세례'로 일컬어질 만큼 멜로드라마적 작품경향을 보이고 있는 신경숙씨도 여전하지만, 계간문예지 여름호와 월간지 최근호는 은희경씨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거론, 유명세를 요구하고 있다.

비평의 도마위에 오른 작품은 최근 출간된 은씨의 두번째 소설집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창작과 비평사). 신랄한 비평으로 독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월간 '현대문학'은 '죽비소리'에서 은씨의 작품에 대해 비판의 포화를 퍼부었다.

그의 소설에는 유치한 구석이 존재한다는 것. 젊은 여성작가 중 "그나마 소설의 기법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할 줄 아는 작가"라고 추켜세웠지만 '인 마이 라이프'나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과 같은 작품의 경우 "사랑없는 부부의 동거는 부도덕한 관계라는 공허한 명제 하나에 매달리거나 사람살이의 핵심적인 갈등을 사랑의 문제로 환원하는 단선적 사고를 갖고 있다"고 질타한다.

또 사회적 생활의 여러 스펙트럼에 대해 작가의 인식 부족으로 그의 소설에는 "삶에 대한 관찰에 깊이가 없고 꼼꼼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이런 부류의 작가들처럼 은씨도 이런 약점을 '슬픔에는 설명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이 있는 법'과 같은 그럴싸한 잠언류의 직관이나 요령부득의 묘사진술로 버티고 있어 위태위태할 정도라고 비판한다.

평론가 고미숙씨도 계간 '세계의 문학'에서 은씨의 단편 '멍'이나 '인 마이 라이프'를 통속적 멜로물로 규정했다.

그의 소설의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삐딱하게 냉소하든 서정적으로 몰입하든, 모두 슬픔을 방패삼아 살아가는 너무나 진부한 사례"라며 "소설에는 오직 불행에 빠지지 않기 위해 사는 수동적 인물로 가득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평론가 이명원씨는 계간 '문예중앙' 소설평에서 "은씨의 소설은 지나치게 상투적인 일상성의 세계에 매달리거나 멜로드라마적 구성의 위험성을 안고 있지만 서사적 구성으로 볼때 소설가로서의 역량이 농익어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흔히 '냉소와 위악'으로 치장된 것처럼 보이는 그의 소설을 한꺼풀 벗겨보면 "일상성에 대한 섬세한 시선과 따뜻한 세계가 펼쳐지는데 주목해야 한다"며 은씨의 글쓰기를 옹호하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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