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준수, 너무 이상적이다

입력 1999-06-12 14:31:00

공직기강쇄신 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공직자 10대준수사항의 일부 내용은 너무 이상에 치우친 비현실적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옷로비 의혹사건의 충격에서 정부가 고심끝에 준수사항을 내놓은 것이 이 시점에서 당연하고 또 그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이 가지 않은 것도 아니다. 어떤 의미에선 때늦는 감이 있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문제는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두번씩이나 수정을 거쳐 나온 내각의 작품치곤 너무 옷로비 의혹사건에만 고착, 먼 장래를 내다보는 비전이 결여된 근시안적인 착상이라는데 있다.

이같은 공직자의 행동준수 사항을 마련할 때는 최소한 10년정도는 내다보는 긴 안목이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지켜질 수 있는건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 준수사항이 그야말로 선언적인 의미에만 그칠공산이 짙다면 이건 아예 없는 것보다 못할뿐 아니라 자칫 국민들에게 단지 보이기 위한 면피용 전시행정이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를 지켜야할 공직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볼때 이번 준수사항은 자칫 사문화(死文化)될 공산이 짙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경조사의 경우 3급이상은 친인척을 제외하고는 알리지도 못하고 축.조의금은 접수조차 못하게 했다. 이 조항은 축.조의금을 빙자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이상의 뇌물성 축.조의금이 불거져 사회물의를 일으킨 악의적 사례가 문제인 건 사실이다.

그러한 몇케이스가 있다고 해서 선의의 수많은 공직자들에게 아예 알리지도 말라는 건 너무 가혹한 족쇄라는 비판과 함께 반발도 예상되는 사안임엔 틀림없다.

또 5만원이상 선물수수 금지조항도 악용할 소지가 많고 물리적으로 이를 제재할 수 있을까도 의문시 된다. 예컨대 3만원씩 쪼개 여러번 받으면 어떻게 되느냐도 해석하기 나름이고 은밀한 수수행위를 적발해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호화유흥업소, 고급의상실 등의 출입금지조항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위헌적 요소도 있음을 정부는 간과해 버렸다.

문제는 공직사회의 기강확립에 있는 것인 만큼 이 취지가 하위직에 이르기까지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조성의 전제아래 그 공감대가 형성할 최고위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관건이다.

재수없어 걸렸다는 불만의 소리가 나오면 형평성 문제를 떠나 이 준수사항 자체가 지향하는 공직정화는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에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올 하반기 이 준수사항을 부패방지법에 포함시키는 입법과정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 현실성있는 대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