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타기로 더위 쫓는다

입력 1999-06-11 14:00:00

"하늘을 오르는 몸짓앞에 추락의 위험도 두렵지 않다"

무더운 요즘, 깎아지른 듯한 암벽을 기어오르며 더위를 물리치는 인간거미(?)들. 맨손에 암벽화 한 켤레 그리고 안전벨트와 로프만 갖추면 어느 절벽도 두려울 것 없다.

주로 20, 30대 젊은이들의 독점물이었던 암벽타기. 최근 40, 50대층과 60대 할아버지도 즐기면서 매력적 레저로 등장했다. 대구에는 젊은 여성도 20~40여명에 이른다.

지난 94년부터 암벽타기를 시작한 박본현(38·대구파워클라이밍센터대표)씨는 "남들이 다니지 않는 바윗길을 타는 짜릿함과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며 그 맛을 예찬했다.

암벽타기는 겉보기와는 달리 에너지 소모가 많다. 오로지 바위에만 매달려 한걸음 한걸음 옮겨놓으며 정상을 향하는 만큼 사실은 격렬한 전신운동이다. 심폐기능과 팔·어깨·손가락·배의 힘을 길러주고 근육발달에 도움을 준다. 팔공산이나 비슬산등 대구인근의 암장(암벽타기장소)에 젊은이들이 몰리는 것도 이때문.

대구·경북지역에서 암벽타기를 즐기는 동호인수는 줄잡아 600~700여명. 이들중 암바위타기광들은 '바위를 좋아하는 사람들' '고벽산악회' '21세기산악회'등 10여개의 동호인모임까지 만들어 암벽에 심취해 있다. '바위를 좋아…'의 총무인 박씨는 "암벽타기에 매달리면 더위는 잊어버린다"면서 "특히 알려지지 않은 암벽을 개발하느라 바위에 흠뻑 빠지면 자연은 있고 여름은 없다"고 말했다.

대구 인근의 비교적 가까운 암장으로는 10군데 안팎. 가장 많은 루트(44개)가 개발된 북구 연경동의 도약대를 비롯, 팔공산의 병풍암과 바윗골,비슬산 수리듬바위, 칠곡군 유학산 학바위, 구미금오산 명금바위, 포항 죽장면 봉화봉 학담암과 내연산 관음암, 경주 산내면 문복산 드린바위, 안동 학가산 상사바위등이다.

암벽타기 길이는 짧게는 20m 안팎에서 길게는 수백m에 이른다. 정상까지 길(루트)의 이름은 보통 먼저 개척한 사람이 짓는다.

8개루트가 개발된 팔공산 병풍암에는 꽃길과 붉은 솔개등의 길이 나있고 등반 길이도 41m(꽃길)에서 166m(이백리)까지 다양하다.

연경 도약대 경우 5경로(도약대·용바위Ⅰ과 Ⅱ·쌍바위·연경바위)에 등반길이가 9m(이륙2와 40대의 기수)에서 20m(진혼곡·TCS96)에 이르는 44개루트, 유학산 학바위에는 '화려한 출발'등 48개루트, 포항 학담암에는 '촉촉한 입술'등 45개 길이 있다.

초보자들은 우선 기초부터 배운뒤 도전할 필요있다. 대구지역에는 등산학교와 클라이밍 센터등에서 암벽강좌를 열고 있다. 보통 1~3개월쯤 배우면 어느정도 자신감이 생긴다.

또한 대구에는 실내외에 인공암벽을 설치해 초보자들의 훈련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대구고와 대건고·경일대를 비롯해 조남제외과 병원외벽과 대구클라이밍센터(유료) 및 파워클라이밍센터(유료)에 인공암벽이 있다(유료는 월3만원).

암벽등반이 새로운 레포츠로 자리잡아 가면서 암벽동호인들과 선수들을 위해 대한산악연맹은 각 연맹별로 암벽등반대회도 자주 열고 있어 도전해 볼만하다.

〈鄭仁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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