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수미산(須彌山)'이라고 한다. 수미산이란 것이 대체로 불가(佛家)에서 가상적인 산을 지칭하지만 이 산은 우주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는 글자 그대로의 거산(巨山)으로 주위에는 7개의 산맥이 포진, 거대한 동심원을 이루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6.10 항쟁 12돌을 하루 앞두고 조폐공사 파업 유도 의혹을 풀기 위한 조치로 여권에 수용을 지시한 국정조사가 사흘이 지나도록 촌보(寸步)도 떼어놓지 못하고 있다.
야권으로선 '받아놓은 밥상'이니 걱정할 것 없고, 여권으로선 모처럼 정면 돌파를 내세우며 국민들과 야당앞에 생색내기에만 마음을 쏟다보니 막상 구체적으로는 국회차원의 특별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조사범위 등등 모든 것이 막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수미산의 초입에 들어선 느낌이다.
우선 조사위 구성에서 여는 의석비례, 야는 여야동수를 내세울 모양이고 범위에서, 여는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에 국한하는 반면, 야는 고급 옷 로비의혹, 3.30 재보선 50억 살포설, 유종근(柳鍾根) 지사를 포함한 고관집 연쇄 절도사건 등을 포함하자는 것이다.
조사기간도 여는 2주내외, 야는 한달 정도, 대상기관에서 여는 법무부, 검찰, 조폐공사 등 당해기관이며 야당은 청와대와 기획예산처, 노사정위까지 포함하자는 안이다.
이 북새통에 박준규(朴浚圭)의장의 유럽방문에 따른 사회권 문제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실로 난중난사(難中難事)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를 푸는 대본(大本)은 여야의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 일반의 시국관에 있음을 인식하는 것에 있다.
고급 옷 로비사건이란 것은 다시 생각해봐도 마누라의 고소사건을 남편이 수사지휘를 했고, 또 그 결과를 믿으라고 발표했으니 천하에서 하늘을 쳐다보고 웃지 않을 이가 몇이나 될지 모를 일이다.
필요한 건 여권의 새로운 상황인식에 있다. 이젠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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