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구 발언배경 놓고 설왕설래

입력 1999-06-10 14:54:00

진형구(秦炯九) 전 대검 공안부장의 파업유도 발언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의 발언 배경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음모론'이 제기되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검찰 안팎에서 나도는 음모론의 골자는 진 전공안부장이 지난 6일 단행된 검사장급 인사에 불만을 품고 인사를 주도한 김태정(金泰政)전 법무장관 등을 낙마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파업유도설'을 흘리고 이를 취중발언으로 포장했다는 것이다

진 전부장의 발언내용이 너무 구체적인데다 실제로 검찰이 파업을 유도한 듯한 정황이 일부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취중발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평소 폭탄주 10잔 정도를 거뜬히 소화하는 진 전부장의 주량을 감안하면 문제의 발언을 했던 지난 7일 오후 그가 실언을 할 정도로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진 전부장은 위스키 스트레이트 '알잔' 10잔과 폭탄주 4잔을 마셨다.

진 전부장은 당시 "내가 공안부장 재직시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했는데…"라며 이틀전 단행된 인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검장으로 좌천성 승진을 한 진 전부장은 인사전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과 동기인 사시 8회 검사장들 중 2명 정도가 잔류할 것으로 보고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지검장 자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 전장관의 조정으로 사시 8회의 전원사퇴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지면서 기대가 물거품이 되자 크게 낙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사시 8회 검사장들의 전원퇴진을 촉발한 모검사장의 반발도 사시 11회에게 서울지검장 자리를 주지 않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전장관 등 검찰 수뇌부가 호남 출신이 많은 사시 15회를 대거 검사장으로 승진시키기 위해 8회 전원사퇴를 관철시켰다는 시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진 전부장의 발언을 구여권의 반격으로 의심하는 시각도 제기됐다.

자민련 박철언(朴哲彦)의원은 9일 여당합동의총에서 "진 전공안부장은 검찰내 경복고 인맥의 대부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및 차남 현철씨와도 깊은 관계가 있는 만큼 발언 배경에 여러 의혹이 있다"면서 철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검찰 관계자들은 '근거없는 소문'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법무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진 전부장의 발언배경을 놓고 여러 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검사장급 인사가 검찰 안팎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점을 언론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면서 "음모론은 가당치도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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