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초나라 때의 이야기. 아주 솜씨 좋은 미장이가 어쩌다 얼굴에 회덩어리가 묻으면 가까이 지내는 석수장이에게 떼어달라고 하고, 석수장이는 그때마다 도끼를 휘둘러 날려 주었다.
이웃의 왕이 석수장이를 불러 그 재주를 보여달라고 했다. 석수장이는 나를 믿어준 미장이가 죽어 없어 이제는 보여 줄 수 없다고 했다.
사사건건 자기를 괴롭혔지만 그 때문에 살맛을 나게 해준 자신의 맞수 혜자가 죽자, 장자가 비유해서 한 말이다.
우암 송시열은 아들을 시켜 동시대의 맞수이자 반대파의 거두 미수 허목에게서 약을 지어오도록 했다. 미수는 극약을 처방해 주었다. 중병에는 극약 처방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들은 우암에게 '아버지를 죽이려고 독약을 준다'며 마시지 못하도록 했다. 우암은 미수가 그런 소인이 아니라며 그 약을 흔쾌히 마시고는 병을 고쳤다는 일화가 있다.
위의 두 이야기는 적어도 맞수는 상대를 믿을 만큼 큰 가슴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상대는 믿음에 한치의 틈새도 주지 않을 만큼의 큰 인물이어야 한다. 옛말에도 통치자가 무력, 식량, 믿음 중 한가지만 택해야 할 경우 믿음을 택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신의를 갖고 나라를 위해 꿈과 용기를 주는 큰 일을 함께 하는 맞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함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소망이리라. 金英夫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