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망월동과 무궁화

입력 1999-06-09 14:16:00

지난 일요일은 현충일이기도 했다. 내가 나가는 교회에서 동서화합을 위한 찬양교류를 위해 광주에 갔다.

몇차례 광주에 가긴 했지만 5·18의 아픔이 서려있는 망월동 묘역 방문은 처음이었다. 구묘역을 지나 신묘역에 들어서니 참배의 광장 입구에 민주화의 염원을 담은 추모탑이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무덤들…. 80년 당시 온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 섬 아닌 섬이 되었던 광주!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른 채 소백산맥 동쪽에서 마냥 편하게만 지냈던 우리!

왠지 모를 빚진 기분으로 묘봉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헌화할 때 주로 쓰이는 국화 대신 참배객의 헌화를 위해 준비된 무궁화가 눈에 띄었다.

6월의 따가운 여름 햇살을 받으며 피기 시작해 100일이 넘도록 지지 않는다는 무궁화. 준부의 광포한 총칼 앞에서도 민주화로 향한 꿈을 겪지 않았던, 그래서 지금은 주검이 되어 내 앞에 이렇게 누워있는 그들, 묘한 어울림이었다.

모란처럼 탐스럽지도 않고 장미처럼 화려하지도 않지만 그들과 닮은 것 같은 무궁화 한송이를 들고 어느 묘비 앞에 섰다. 죽은 사람도 인기가 있는가? 다른 무덤들에 비해 쓸쓸해 보이는 그 무덤의 묘비의 생년월일을 보니 그가 살아있으면 아마도 내 또래쯤 되었을 것 같다. 그렇다면 80년 당시 대학생쯤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누구든지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망월동을 다녀왔으면 한다. 80년 광주는 딱히 전라도 사람들만의 아픔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저지른 잘못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감당 해야할 지역감정의 매듭을 풀기 위해서 또한 다시는 이 땅에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대구남부지역 새교육시민모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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