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의 관찰' 돋보이는 두 장편

입력 1999-06-09 14:17:00

허상속에서 헤매다 끝나기 쉬운 남녀간 연애감정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들여다 보거나 어린 소녀가 주변사람의 삶을 통해 세상에 눈뜨는 과정을 기록한 여성작가들의 장편소설이 나란히 출간됐다.

정정희씨의 장편소설 '연애'(중앙M&B 펴냄)와 올해 2천만원고료 여성동아 장편소설공모에 당선된 이미혜씨의 '사라진 서재'(동아일보사 펴냄).

소설 '토마토'의 작가 정정희씨의 신작 '연애'는 한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겪는 일상의 사소함과 두려움, 자기안에 만들어 놓은 타인의 이미지에 대한 집착 등을 통해 연애 또는 사랑이라는 함정과 모순을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사랑에 대해 서로 관점이 다른 작가 '지수'와 잡지사 기자 '선우'가 자신의 연애감정을 번갈아가며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이라는 고통스런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인물들이다. 만남이 지속될수록 연애에 수반되는 긴장과 매혹, 집착과 상처는 더욱 커지고 이들은 복잡한 감정의 그물에 갇혀 서서히 지쳐간다. 결국 이들은 '연애라는 감정여행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는데 암묵적으로 합의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남녀간의 사랑은 난센스'라는 쪽에 더욱 무게를 둔다. 연애는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과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소설에서 확인하고 있다. '사라진 서재'는 할머니를 중심으로 한 가족과 이웃을 통해 한 어린 소녀가 세상에 대해 눈뜨는 과정을 기록한 성장소설이다.

복잡한 가족관계속에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 이모할머니 등 주변의 많은 인물들의 인생과 에피소드가 옴니버스처럼 작품속에 녹아 있다. 특히 작가는 세상에 대해 호기심어린 애정을 가진 어린 소녀인 '나'와 할머니의 우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데뷔작이지만 사소한 일상의 사건들을 진지하게 성찰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작가의 글쓰기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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