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이옥신에 무방비라니...

입력 1999-06-09 00:00:00

발암성 환경호르몬 물질인 공포의 다이옥신 오염이 우려되는 벨기에산 수입돼지고기가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다량 유통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당국이 수입경로와 판로를 추적하고는 있지만 이미 소매상까지 거쳐 소비자의 손으로 넘어간 양도 엄청나며 파렴치한 어느 수입상은 줄행랑치기까지 해 물량과 유통경로조차 파악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다.

이미 지난 주말 본란에서 지적했던 일이지만 주무 당국인 농림부의 늑장대처는 가히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말썽의 단초인 벨기에산 돼지고기 뿐만 아니라 프랑스, 네덜란드산 계란가공품(난백)도 다이옥신 오염우려 품목으로 지목됐지만 이미 초콜릿 등 과자원료로 유통된 후 당국은 뒤늦게 수입중지 품목으로 지정해 국내에서는 다이옥신 검역이 마치 성역인양 방치돼 있다.

더 한심한 일은 오염우려 통보를 받고도 무대책이라는 것이다. 다이옥신 함량을 분석할 기자재가 일부만 도입됐고 나머지 기구를 완비, 완성 검사작업을 하려면 2004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유통중인 다이옥신 오염 우려 제품을 수거한다해도 사실상 분석을 할 수 없다니 이게 말이 될성부른 일인가. 운동선수들의 흥분제 사용여부를 가리는 도핑테스트는 세계적인 수준이면서도 국민들의 보건과 직결되는 먹을거리 불안 하나 해소못하는 당국이다.

이런 판국에 죽어 나는 것은 국내 축산농가들이다. 통상 압력의 길잡이 역할 덕분에 오는 2001년부터는 농축산물 수입마저 완전 개방된다. 우리 농축산업의 갈길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이럴수록 검사기술이라도 있어 농축산물의 마구잡이 수입을 막아야 한다. 유럽연합이 미국의 보복관세 위협을 무릅쓰고 성장호르몬을 주사한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금지한 것은 정말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농축산물을 수출할때의 심정으로 수입 농축산물을 검사할 수 있어야 한다.

벌써 돼지농가의 아우성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당국은 국민보건도 살피고 돼지농가도 살리려면 비록 검사기술은 없더라도 수입농산물의 원산지 표시를 정확히 하게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중한 벌을 내려야 하며 수입식품에 대한 국제 구제기준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 다시말하면 우리 농축산물이 안심하고 대접받으며 유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이옥신 부작용은 즉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체에 쌓이면 치명적이라는 점이 무섭다. 이 점을 감안 한다면 당국의 뒷북행정은 국민의 생명을 서서히 앗아가는 것과 같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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