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인도네시아 총선이 시작됐다. 국제참관인단 한국위원회는 수라바야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가야하는 딴데라는 농공복합지역의 선거 참관에 나섰다. 이 지역을 선택한 것은 집권 여당인 골카르의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대다수 지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투표과정에서 부정은 적고 금권이나 관건 선거도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딴데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국방장관 위란토가 일찌감치 중립을 선언한 상황이어서 군부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군인들이 간간히 도로를 순찰하는 모습이 보일 뿐이고 투표소 안전요원들이 외부를 형식적으로 경계하고 있었다.
투표소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은 기대감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룽구뜨 투표소에서 선거에 참여한 페리(22. 대학생)씨는 "지금까지 선거 과정은 공평하고 순조로웠다. 우리가 바라는 정부가 구성될 날이 머지 않았다"며 메가와티(투쟁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다른 정당과 달리 집권여당인 골카르 지지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라시아(25. 여. 국립개발대학 석사)는 "여당 지지자를 만나기는 어렵다. 그들은 함부로 여당을 지지한다고 말할 수 없다. 여당에겐 고정표가 있는 반면 숨어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예전 선거 때와 달리 여당 지지표가 수적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곳에선 투표소에서 개표를 한다. 이날 저녁 개표가 시작되면서 투쟁민주당, 민주각성당 등 야당표가 나오면 주변에 모여있던 유권자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지만 여당 표가 나올 때는 어김없이 야유를 쏟아냈다. 이번 총선에 모두 48개 정당이 참여했으나 실제로 의석을 확보하는 정당은 8~10개에 불과하지만 여당에 대해서만은 하나같이 반대하는 분위기였다.
7일 자정까지 상황을 볼 때 투쟁민주당이 우세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농촌지역에서도 전통적인 강세를 보였던 집권 여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개표 시작 후 유권자들은 밤늦도록 투표소 부근에서 밝은 표정으로 서로 웃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에는 인도네시아의 민주화와 경제회복에 대한 희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들 중에는 다음과 같이 조심스런 걱정을 하는 이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민주화는 국민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일이다. 우리는 민주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오늘 투표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다만 이런 바람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있다면 그것은 소수의 이기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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