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각 자치단체마다 기념비를 세우겠다고 공공부지를 요구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독립운동가라고, 역사적인 인물이라고, 무슨 단체에서 공을 세운 인물이라고 하여 시나 군의 공공부지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일들이 잦다고 한다.
돌에 인물이나 사실을 새겨두는 목적은 오랜 기간동안 변치 않고 그 뜻을 기리고 교훈으로 삼자는 것. 그래서 광복 후 독립운동 사적지에, 6·25전쟁 이후 전적지에 기념비를 세웠다. 더러는 관광지나 유흥지에 세워지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그런데 안동은 비석문제에 대해 특수한 곳이다. 공주나 진주처럼 유서 깊은 도시에 가면 으레 선정비, 송덕비, 영세불망비 등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안동에는 그런 비가 눈에 띄지 않는다. 역대 안동부사들이 선정을 베풀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다. 그런 비를 세우지 못하게 한 퇴계 선생의 훌륭한 가르침 때문이다.
비 하나를 세우기 위해 돈을 거두면서 얼마나 많은 원성을 불러 일으켰던가. 조선 후기에 지방 수령이 교체되어 오갈 때면 비를 세운다고 돈을 거두었는데, 그게 많은 문제를 만들어 냈다. 어디 비석 값만 거두었겠는가. 그런 비가 없는 안동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근래 여러 지역에서 기념비 세우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 역사적으로 한국을 대표할 만한 분도 있다. 그러나 그 틈에 끼어 들기에는 거리가 너무 먼 사람도 있단다. 자신을 모르고 덤비는 형편이니, 이러다가는 머지 않아 기념비 공해에 시달릴 일이 불 보듯 뻔하다.
한번 세워지면 없애기 힘든 기념비. 신중히 결정해야 하고, 세운다 하더라도 공공 용지보다는 사건 현장이나 생가 같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자리에 세우는 게 좋겠다. 예를 들어 독립운동가의 기념비를 공원보다 생가나 그 동네 혹은 활동지역에 세운다면 독립운동사 중심의 테마 관광도 가능하다. 잘못된 기념비 건립은 자칫 죄 짓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안동대교수·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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