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라인 '친정체제' 구축

입력 1999-06-07 14:29:00

휴일인 6일 전격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는 '세대교체'와 '물갈이'를 통해 김태정(金泰政) 법무장관과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 라인의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시 8회 검찰총수 시대를 연 박총장의 지휘권을 확립하기 위해 나머지 동기 7명 전원의 사표를 받은 점은 박총장에게 무게를 실어준 인사로 볼 수 있다.

이번 인사는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39명(법무부 교정국장 제외) 전원이 교체되는 사상 초유의 '물갈이' 인사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대전법조비리와 고가 옷 로비의혹 사건으로 침체된 검찰조직에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됨으로써 세대교체 바람과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정부 개혁인사의 취지에도 부합한다는 평가이다.

법무부는 "기존의 서열과 보직개념을 과감히 깨고 능력위주의 발탁을 중시한 파격 인사"라고 설명했다.

당초 조직안정 차원에서 8회 동기 2명을 잔류시키는 선에서 '교통정리'가 시도됐으나 '인사내분(內分)'이 일면서 아예 잡음 소지를 없애기 위해 모두 용퇴시키기로 최종 결론이 나게 됐다.

고검장급 8자리에 사시 9회~10회가 순차적으로 포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사시 11회 3명이 선배를 젖히고 승진한 것은 서열 개념이 깨진 것을 의미한다.

새정부들어 두각을 나타낸 사시11회의 이명재(李明載) 대검 중수부장과 진형구(秦炯九) 대검공안부장, 김경한(金慶漢) 법무부 교정국장이 각각 부산·대전고검장 및 법무부 차관으로 전격발탁 승진한 반면 고검장 '무혈입성'이 예상됐던 사시 10회 4명 가운데 한광수(韓光洙) 제주지검장과 박주환(朴珠煥)대전지검장이 고배를 마셨다.

검찰 2인자인 대검차장에 목포 출신의 신승남(愼承男·사시 9회) 법무부 검찰국장이 발탁된 것은 집권 2기 사정과정에서 중심적 역할 수행과 함께 향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집권 말기의 총장 구도를 읽게 해준다.

검사장급 인사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검찰의 꽃' 서울지검장에 임휘윤(任彙潤.사시 12회)대검 강력부장이 전격 기용된 것은 이번 인사의 최대이변이다.

당초 TK출신의 이명재(李明載) 대검 중수부장과 경기출신의 진형구(秦炯九)공안부장간의 경합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두사람 모두 고검장에 승진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은 감이 있다.

임 검사장은 호남출신에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을 총괄지휘하면서 김장관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점이 발탁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시 12회의 경기고 출신인 한부환(韓富煥) 대검 총무부장이 검찰의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발탁된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새정부 들어 검찰내 최대 학맥임에도 불구 경기고 출신들이 전반적으로 '요직'에서 배제돼왔던데다 이번 인사에 앞서 사시 7∼8회 10명중 4명의 경기고 출신이 한꺼번에 옷을 벗은데 따른 'K1 껴안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그러나 한검사장이 법무행정과 기획에 뛰어난 인물로 최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집권 2기 사정수사를 지휘할 대검 중수부장에 이종찬(李鍾燦) 전주지검장이 기용된 것은 PK출신임에도 불구,사시 12회 동기중 특수수사 분야의 독보적 존재라는점이 등용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부산·대구·수원·인천·대전등 일선 지검장급은 사시 8회의 전원 용퇴로 고검장급과 동기인 사시10회에서 부터 신임 검사장을 배출한 사시 15회까지 무려 '6개 기수'가 포진하는 전례없는 구도로 짜여졌다.

13자리나 되는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도 기존에 정형화돼온 서열위주의 '벽돌쌓기식' 인사관행에서 탈피, 과감히 '젊은 피'를 수혈하는 '파격적' 발탁인사라는 특색을 띠었다.

'사시 13회 1명-14회 4명-15회 8명'등 3기수에 걸친 승진인사로 동기수별 선두주자와 후발그룹을 차별화, 능력없는 인물을 '좌천'형식으로 과감히 퇴출시키고 후배기수를 먼저 승진시킴으로써 일대 '교통정리'가 이뤄지게 됐다.

검사장 승진자들의 경우 지역 분포면에서 △호남 5명 △충청 3명 △영남 4명 △서울 1명으로 나타났다.

사시 15회 15명중 무려 9명이 호남 출신이어서 호남'약진'으로까지 보기는 힘들다는게 검찰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향후 부장검사급 인사에서는 사시정원 300명 시대의 첫 기수로 현재 70명이 남아있는 사시 23회(사법연수원 13기)의 정리 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는 기수 서열의 '조기 차별화' 원칙에 따라 선두그룹인 25∼30명만을 법무부및 대검과장과 재경지청 부장으로 '영전'시킨다는 방침이어서 동기간에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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