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상상력

입력 1999-06-05 14:03:00

국산 공상과학영화가 수출의 가능성을 보였다고 술렁댄다. 미국 공상과학영화 스타워즈도 화제를 몰고 다닌다. 이런 영화들은 있음직한 미래의 일을 과학적으로 구성했기에 특히 어린이들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 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먹고 살 걱정이 없는 어린이의 생활은 놀이가 전부라 할 수 있다.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놀이를 재미나게 꾸미고 어린이다운 기발한 생각이나 행동들이 나타나 아이들 스스로도 즐겁고 어른들 보기에도 기특하다.

하지만 자신과 가족들의 행복을 짊어져야 할 어른들은 현실생활에 바탕을 둔 경험과 미래에 대한 건전한 대응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밤 새워 지은 청기와집에 상상으로 때려 맞춘 못 하나만 들어가도 여지없이 사상누각이 되고 마는게 현실이다.

적지 않은 범죄자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상상의 꿈을 깨지 못해 현실적응에 실패한 경우이다. 공상영화나 만화, 허황한 내용의 소설 등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적이고 이해타산적인 것은 따분하고 째째해서 싫어하고, 시원시원하고 화끈한 홍콩액션물을 즐긴다고 한다.

나름대로 이같은 심리를 교정해 보려고 재소자들에게'접시꽃 당신'이라는 홈 드라마를 보여주려 했다가 집어 치우라며 집단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난감했던 적이 있었다. 그들은 형편대로라면 애시당초 엄두도 못낼 일들도 그릇된 상상력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무모하게 도전하고, 일이 틀어지면 발뺌하기를 반복한다.

연소자 관람불가라는 영상물은 대개 잔인한 폭력과 난잡한 성유희 등이 어지럽게 나온다. 아무리 치고 받아도 주인공은 무사하고, 별 짓을 다하고도 뒤탈이 없는 내용들이다. 이를 곧이 곧대로 믿고 본뜬다면 아직 정신적 연소자인 셈이다.

인생은 놀이가 아니라 냉엄한 실전의 현장이다. 현실과 경험을 따지고 꿰매어 추리한 결과로 신중하게, 쓸모있는 어떤 걸 만들어 내야 밥먹고 살 수 있다. 꿈만 먹고는 못산다. 더구나 그 꿈이 타인을 해롭게 하는 것일 때는 문제가 크다.

부모들은 자녀의 상상력을 키워주되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건강한 추리력을 배양하는 쪽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귀한 자식이라도 잘못된 상상력은 제동을 걸어야만 엉뚱한 저지레를 면하게 하고 제 명대로 살 수 있게 할 테니까.

〈대구구치소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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