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중국.러시아의 접근

입력 1999-06-05 14:20:00

한동안 단절됐던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이 다시 접근, 과거의 우호 관계 복원을 꾀하고 있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대두됐음을 의미한다.

북한과 중국은 길일성(金日成)사망이후 한때 외교관계를 단절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그동안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양국사이에는 우호관계를 새로 구축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고 이번 김영남(金永南)북한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이런 움직임이 구체화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중국은 스스로가 아시아의 주도국 역할을 하기위해서 미국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왔다.

게다가 최근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전역미사일 방어망 구축, 주변사태 발생때 미국을 지원토록 한 미.일 가이드라인 마련 등은 중국에 불안을 증폭시켜 온게 사실이다.

결국 중국은 이런 저간의 사정들을 감안, 북한을 미국측에 쏠리지 않게 잡아놓을 필요성을 느꼈음직 하다.

북한도 미국과 일방적 외교협상을 벌이는 것보다 중국이라는 든든한 세력을 등에 업고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김영남은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그동안 수정주의로 비난해온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꾸어 중국의 개혁을 지지했고 중국은 38억달러의 빚을 일부 탕감하는 경제지원으로 화답했다는 것은 우호관계로 바뀌고 있는 양국 관계를 잘 설명하는 대목이란 생각도 든다.

이번 김영남의 방중(訪中)동안 중국측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어서 단시일안에 과거같은 동맹관계가 복원될는지는 의문이란 얘기도 들린다.또 김대중대통령이 얼마전 4강외교 마무리로 중국을 방문, 햇볕정책 지원을 호소한 만큼 갑작스레 북.중관계가 급진전하지는 않으리란 예상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두나라가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만큼 한반도 문제에 바람직하지 않은 이상기류가 조성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적대관계로까지 바뀌었던 러시아와 오는 7월 평양에서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한다는 것이고 보면 과거의 북.중.러 동맹관계가 재현되는 듯한 느낌마저 갖게 된다.

물론 북.중.러 3각외교 관계가 성립되더라도 우리측도 중국, 러시아와 외교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과거처럼 동북아에 긴장이 고조되리라고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햇볕정책을 지지하겠다고 약속한 중.러가 우리와의 약속 못지않게 북한측과 우호를 다지고 있는 것은 신경쓰이는 일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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