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옷 로비 수사발표로 새로 드러난 사실들

입력 1999-06-03 15:15:00

'옷 로비'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몇가지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형자씨, 배정숙씨에게 먼저 접근=이씨가 당초 언론기관에 배포한 경위서 내용과는 달리 남편 최순영 신동아그룹회장의 구명 로비를 목적으로 연씨와 친분관계를 맺고 있던 배정숙씨에게 먼저 접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발표문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2월14일 63빌딩 행사장에서 배정숙씨를 만나 배씨로부터 "최회장의 사법처리는 물론 사돈회사(이씨와 사돈관계인 조모씨의 남편이 운영하는 항공화물 회사)까지 문제가 된다"는 말을 듣고는 "내일 다시 만나자"고 제의, 다음날 공항터미널에서 배씨를 다시 만났다.

이씨는 그 자리에서 "사돈네 회사만 걱정해주지 말고 우리도 좀 도와달라"고 최회장 구명 로비를 적극적으로 청탁했다는 것.

그러나 이씨는 기존 경위서에서 "저희 문제라면 참겠지만 사돈댁의 사업을 세무감사하고 위협한다는 것은 정말 걱정된다. 잘 납득이 되게 이야기해달라"며 마치 최회장 로비는 언급하지 않은 것처럼 주장했었다.

이에대해 검찰은 이씨가 사실상 이번 사건의 '주범'격인 배씨와 공범관계라고 파악하고 있다.

▨배씨,"최회장건 해결위해 손님 모셔온다" 의상실에 준비시켜=배씨가 라 스포사 사장 정일순 사장에게 최회장 구명로비를 위해 고관부인들을 데려간다는 '결정적인' 언질을 줬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발표문에 따르면 배씨는 지난해 12월18일 정 사장에게 "최 회장건 해결 관계로 총장부인 등 고급 손님들을 모셔올테니 좋은 물건을 많이 준비해두라"고 말했다는 것.

배씨는 그 전날에도 앙드레 김 매장에서 옷 가봉을 위해 찾아온 연씨에게 접근, "최회장이 외자유치를 못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은 뒤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을 듣자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옷값 대납자금으로 2천400만원을 준비하라"고 주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배달된 호피코트 11일만에 반환=김 장관 부인인 연씨는 문제의 호피무늬 반코트가 배달된지 11일만에 반환했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라스포사 사장 정씨는 연씨와 배씨 등이 의상실에 들렀던 지난해12월26일 직원들을 시켜 호피무니 반코트를 배달했고, 연씨는 이를 신정연휴가 끝난 뒤인 지난 1월5일 반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씨는 청와대 사직동팀 조사에서 "코트를 받은 지 3일만에 되돌려줬다"고 주장했었고, 그 이후 코트보관 기간을 놓고 '7일설','9일설'등 엇갈린 얘기가 나돌았다.▨김 장관 부인에 배달된 호피코트는 '중고'=연씨에게 배달된 호피무늬 반코트는 중고제품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코트는 2년전 전 주인이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쇼핑 지하수입의류 소매상 '쎈'에 맡겨놓은 것으로 지난해 12월초 정씨가 '쎈'에서 재구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 7천600만원 상당 고급의류 구입=그동안 이씨가 지난해 하반기 1억5천만원어치의 고급의류를 구입해 정·관계 로비에 썼다는 의혹은 다소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지난해 하반기 구입한 고급 의류는 7천600만원 정도"라며 "본인이나 동생인 이형기씨가 입고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씨가 구입한 고급의류는 각각 3천500만원과 2천500만원인 밍크코트 두벌, 1천600만원 상당의 옷가지 10여점이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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