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수 형의 부음을 접하고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큰 산의 한 귀퉁이가 뭉턱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피부에 수상한 발진이 생겨 병원에 갔더니 백혈병이라 하더란다.
방사선 치료가 끝나는 한달쯤 뒤에는 퇴원하여 예전처럼 과수 농사를 지으며 통원치료를 할 거라는 소식을 전해와서 그나마 안심하고 있었는데 결국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고 말았다.
그를 살리려고 했던 친구들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 지역 매스컴의 한편의 드라마 같은 노력을 알고 있기에 그 슬픔은 더욱 컸다.
문상을 가서 조금 낯선 광경을 목격했다. 꽤 많은 수의 남자들이 여자처럼 눈물을 찔끔거리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쿡쿡 찍어내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억지로 참아보려고 어금니를 물고 마른침을 삼키기도 했다.
자신의 행동이 주책스럽다고 생각한 또 다른 사람은 그 자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가서 울었다.
포클레인 기사인 그의 절친한 친구가 묘를 팠는데 그도 그 일을 하면서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여간해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 남자의 속성으로 볼때 그것은 분명 기이한 현상이었다.
무엇이 무쇠같은 가슴을 녹여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그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거구의 평범한 농사꾼이었을 뿐이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웃의 작은 어려움도 그냥 두고 보지 않고 함께 나누려 노력했던 것이다. 그래서 남녀노소 할것 없이 골고루 존경을 받아왔던 것이다.
이 세상에 채 오십년도 머물지 못했지만 그는 분명 누구보다 가치롭게 산 이 시대의 풍운아였다. 그제야 그 눈물이 이해가 되었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언젠가 시의원 후보로 나서 보라며 강제로 데리고 가서 사진을 찍었지만 그는 자신의 뜻대로 출마하지 않았다. 그 사진이 결국 그의 영정이 되었다.
그는 지난 부처님 오신 날 소백산자락 양지바른 곳에 묻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그들의 종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서, 그의 이름은 「류근수」다. 삼가 명복을 빈다.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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