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법무 유임, 실망스럽다

입력 1999-06-03 14:28:00

옷 로비 의혹사건 수사결과 발표후 김대중대통령은 사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김태정법무장관의 유임을 결정하고 "흔들림 없이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김법무의 부인 연정희씨에게 법적 책임이 없음이 밝혀졌기 때문에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란 김대통령의 당초 결심대로 따른 것이란 청와대측의 배경설명이다.

잘못이 없는 사람을 문책하는 것이 옳지 못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검찰의 수사결과 대로라면 김장관 부인에게는 잘못이 없다.

따라서 그동안 이 사건과 관련 김장관 부인에 대한 혐의와 김장관의 사임문제를 제기했던 언론과 시민단체, 야당은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같은 대통령의 판단과 결심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어디까지나 수사의 투명성과 수사결과에 대한 승복이 전제돼야할 것이다. 뿐만아니라 막중한 국정책임을 지고 있는 장관의 거취는 사법적 문책이 있을 때만 문제되는 것이 아닌점도 간과할 수 없다.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운 도덕성 훼손이 있을 때도 스스로 책임을 지거나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책임을 묻는 것이 순리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검찰의 수사는 투명성에 하자가 있을 뿐아니라 김장관 부인의 도덕성 문제도 장관의 책임을 묻지않을 수 없는 수준에 왔다고 본다. 때문에 김대통령이 김법무를 유임 결정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하지않을 수 없다.

이번 검찰수사의 투명성 문제는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장관이 자신의 부인과 관련된 사안을 수사토록 했다는 것 자체에 있다. 그런 방식의 수사는 객관성과 신빙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입증이나 하듯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김장관 부인을 과잉으로 감쌌던 모습은 수사의 신빙성에 의문을 갖게하기에 충분하다.

검찰 수사 결과를 믿는다해도 수많은 실직자들과 노숙자들이 고통받는 참담한 현실, 또 IMF관리체제를 벗어나지 못한 국가위기속에서 수백.수천만원짜리 옷가게에 몰려다니는 장관가족의 호화.사치에 책임을 묻지않아도 될 것인가.

단순히 대통령의 "슬프고 유감스러운 일이며 국민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말만으로 끝내기엔 너무나 중대한 사태임을 직시해야할 것이다.

더욱이 이 사건에서 김대통령이 민심을 바로 읽지않고 정치적 흠집내기나 여론에 밀려서는 안된다는 정권안보적 차원의 의식을 갖고 있다면 국정의 장래는 더 혼미스러울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김대통령은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이번 문제를 냉정한 자세로 판단하고 민심을 직시하기를 바란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