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남아공 최초의 자유.민주선거에 당선, 악명높은 백인 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평화적으로 종식시킨 넬슨만델라대통령이 5년 임기가 끝나는 16일 퇴임한다.
만델라는 범인으로서는 결코 잊을수가 없을 사무친 원한을 오히려 사랑으로 승화시켜 화해의 정치를 실현한 정치인이었다.
만델라의 생애는 그자체가 한편의 드라마다. 1918년 템부족 추장 아들로 태어났지만 집을 뛰쳐나가 대학에 진학 하면서 풍운의 길로 들어선다.
흑인 독립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에서 시위에 열중하다 퇴학당했지만 독학으로 남아공 최초의 흑인 변호사가 됐고 끝내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청년동맹의장이 된다.
결국 무장투쟁을 20여년간 주도한 만델라의 갈 길은 뻔했다. 64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악명높은 로벤형무소에서 27년간의 기나긴 감옥생활을 시작한 만델라는 그곳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감옥에 수감된 청년들에게 체계적인 정치학습을 시작, 감옥을 '만델라 대학'으로 만든것이다.
만델라는 수감생활동안 굶주림과 결핵에 시달리는 가운데 모친과 아들을 사별하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인생의 황금기인 45세에 수감, 72세에 석방되기까지 27년간을 감옥에서 보낸 만델라가 94년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세계는 남아공에 유혈의 복수극이 시작될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천만뜻밖이었다.
만델라는 백인을 용서하는 화해의 정치를 시작, 남아공은 이제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서양인들은 이런 만델라를 두고 '만디바(만델라 어린시절 애칭)의 마술'이라 했고 또 어떤 이는 "만델라의 문장력은 노벨문학상을 탄 처칠경과 맞먹는다"며 경의를 표하고 있다. 지역감정을 자극해서 몇표 더 얻으려는 얄팍한 우리 정치인들이 만델라의 큰 뜻을 본받았으면 어떨까 싶다.
〈김찬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