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Hands). 손이 없었다면 인류의 진화는 원숭이나 침팬지 수준에서 주저 앉았을지도 모른다. 27개의 뼈대로 이루어진 사람의 손은 완벽의 극치다. 특히 '작은 손'으로 불리는 엄지는 손·발가락중 분화가 가장 많이 된 손가락이다.
엄지만 서로 다른 손가락에 맞붙일 수 있다. 만일 사람의 손에서 지금과 같은 엄지가 없었다면 어떻게 될까.
진화달력으로 볼때 엄지가 따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나머지 손가락과 다를 바 없었던 6천만년 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처럼 사람의 손에는 놀라운 신비가 숨어 있다.
평소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인간의 손을 통해 진화의 신비를 벗겨낸 책 '손의 신비'(지호 펴냄)는 흥미롭다. 저자 존 네이피어(1917~87)는 미국 스미 소니언 연구소의 영장류 생물학프로그램을 지휘했던 의사로 진화론에 많은 공로를 남겼다.
멈춰 있는 손은 그 고요함 때문에 아름답지만, 움직임으로 솟구치는 손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사람의 손은 대단히 원시적이라는게 네이피어교수의 주장이다.
사람의 신경계는 매우 전문화되어 있는 반면 손은 조상때의 특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새로운 특징을 별로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 볼일 없는 손이 귀족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두뇌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사람의 손과 다른 포유류의 손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손가락과 엄지의 뼈 수는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확고부동하다. 엄지에서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2·3·3·3·3으로 나가는 손가락뼈 수는 모든 멸종·현존 포유류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비슷하지만 다른게 손이다.
사람과 동물에 있어 가장 큰 차이는 '또 하나의 손'으로 불리는 엄지에서 나타난다. 영장류의 엄지를 놓고 볼때 현존하는 영장류 가운데 원원류(여우원숭이·로리스원숭이)에서 민꼬리원숭이 영장류(원숭이와 유인원), 사람으로 갈수록 손의 기능적 복잡도가 서서히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여우원숭이보다 원숭이의 손이 숙련됐고, 원숭이보다 민꼬리원숭이가 더욱 숙련됐으며 사람의 손이 가장 능수능란하다. 그러나 손재주면에서 볼때 사람과 가장 가까운 종은 민꼬리원숭이류가 아니라 엄지-검지 맞붙임 구조지수가 높은 '비비'와 '맨드릴'이다.
오른손과 왼손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왼손에 대한 푸대접은 동서양이 동일하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왼손잡이 비율이 낮다는 통계까지 나와 있다. 구석기 시대 현생인류는 오른손잡이 성향이 지금처럼 압도적이지 않았다.
농사도구를 만들게 되면서부터 오른손잡이쪽으로 기울면서 점차 왼손을 압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흥미로운 것은 손모양과 손재주는 별개라는 사실이다. 손의 숙련도는 크기나 모양이 아니라 두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손 덕택에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손은 신의 축복이자 바로 인간 삶의 역사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 알 수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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